마찰적 실업인지 자발적 실업인지 애매모호한 경계에 있는 당분간 백수예요
아침에 일찍 대충 두두두두 일해놓고 도서관에 와요
더위가 한풀 꺾일 시간까지 놀다가 집에 가요
우리집이 딱히 입지가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도서관에 출근하면서부터는 우리집이 이렇게 좋은데 있었나 싶을 정도로 주변에 도서관이 정말 많아요
제가 도서관을 찾는 건 사실 도서관보다 운동 코스 짜다가 도서관을 엮은 것 뿐이었기에 조건이 도보 1시간 거리, 실거리로는 4km 이내가 조건이었는데, 우리동네 옆동네 합쳐서 큰 도서관이 3개, 작은 도서관은 너무너무 많아요
우리 동네 이렇게 도서관이 이렇게나 많았나 싶을 정도로...
제일 가까운 도서관은 도보 10분 거리, 1.5km에 있으니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이 도서관은 대놓고 여름엔 도서관에서 쿨하게 보내라고 포스터를 여기저기 붙여놓고 꼬시는 중...
본격 더위가 시작되기 전인 6월 초에 진작 냉방시설 보수하느라 3일 부분 휴관했을 정도
암튼 집에서는 책 읽는다고 잡고는 드라마 재방송 수없이 반복으로 보고 뿅뿅 지구오락실이나 수십번씩 보느라 진도가 안나가서 아예 도서관에서 책읽는 시간을 확보하자는 의미도 있었고요
저는 어차피 놀러 나온 건데, 도서관에 공부에 매진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노는 제가 민망할 정도
자유열람실에도 열공하는 사람들 많고, 노트북, 디지털 자료실에 인강 듣고 수험공부하는 사람들로 빼곡
저는 30대초반까지 열공했지만, 이젠 질려서 공부하기 싫은데, 다들 너무 존경스러워요
한편으론 우리나라사람들 진짜 공부하는 거 좋아하나봐 싶기도 하고...
하긴 도서관은 성실한 사람들이 찾는 곳이니 그런 사람 밀도가 높긴 하겠죠
공부는 싫지만 덕분에 책 많이 읽었어요
언감생심 도전도 못한 800쪽짜리, 5~600쪽 넘는 어려운 책을 석달 동안 한 10권 남짓 읽었으니 뿌듯해요
주경철 교수님의 '대항해 시대', '바다 인류' 두 책을 다 읽어서 너무 뿌듯해요
집에 들고 가서는 절대 못 읽었을 책들...
물론 읽었다고 그걸 기억하지는 못해요.
그래도 읽은 게 어딘가요?
도서관 서너군데를 같이 다니니 웬만한 인기 책들도 금방금방 대출하는 요령도 생겼어요
암만 대출 예약이 줄줄이 있는 인기서적이라도 어느 도서관 한군데는 나를 기다리는 책이 있긴 있더라구요
문제는 집에 도서관처럼 책장 빼곡히 쌓아 놓은 제 책은 안 읽고 도서관 책만 읽는 단점이... ㅠㅠ
아, 나만 피서오면 좋겠는데, 저같은 사람이 많아서 도서관에 너무너무 사람이 많아졌어요
진짜 다들 여기로 피서오나봐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