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등교사구요
중학교에서 일하다가 5~6년 전부터 고등학교에 있어서
초등학교 상황 잘 모르고, 학부모 갑질도 다행히 직접 당해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제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지도가 어렵다는 이유로 방치되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중1 담임을 할 때
이웃학급에 한글도 못 읽고 구구단도 못하는 학생이 있었거든요
학생들 말이 그 학생은 초등학교 6년 내내 사물함 위에 누워서 잠만 잤대요
그반 담임교사가 20대 남자교사였는데
학생이 옷도 너무 더럽고, 수업을 못 따라가서 수업방해만 하고 그러니깐
따돌림이라도 당할까 걱정돼서
담임교사가 학생 씻기고 교복 빨래도 해주고, 방과후에 데리고 한글을 가르쳤어요
참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니
학생 아버지가 담임교사에게 전화해서 왜 학생을 집에 빨리 안 보내고 붙잡고 있냐고 항의했었다네요
학생이 놀고 싶은데 담임이 붙잡고 공부를 시키니 집에서 온갖 소리를 다했나보더라구요
그 담임교사는 칭찬 들으려고 한 일은 아니었는데 원망을 듣게 되니
앞으론 그렇게 못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처음엔 초등학교 6년 동안 한글도 안 가르친 초등학교 교사들이 참 나쁘다고 생각했었는데
초등학교 교사들이 처음부터 방치한 건 아닐테고
뭐라도 해주고 가르치려고 했다가 괜한 봉변당할 수 있겠단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싶어요
고등학교는 초등학교 중학교에 비해서 생활지도 부담도 덜하고
학부모랑 부딪치는 일도 매우 적어요
그럼에도 생활지도를 힘들어하고 하기 싫어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작년에 있었던 일 하나를 소개하면요
여학생들은 1달에 1번 생리로 인한 결석이 출석으로 인정이 되는데
시험기간이 아닐 때는 병원진료확인서 제출도 지양하고 생리주기 체크도 못하게 되어 있어요
그냥 학생이 생리라고 말하면 아무때나 결석을 할 수 있는 제도죠
학부모 확인정도만 하거나, 학부모 확인도 안하는 교사들도 많은 것 같아요.
학부모는 자기 아이가 등교한 줄 알았는데 왜 결석사실을 학부모에게 안 알려줬냐고 항의하는 사례도 있고
학생이 학부모 번호를 다른 학교 친구번호로 알려줘서 교사의 연락을 학생 친구가 다 가로채 학부모가 연락을 못 받았던 사례도 있더라구요
아무튼 악용하는 학생들이 참 많은데
열정 넘치는 여선생님이 지난 달 하순에 생리결석을 쓰고 초순에 다시 생리결석을 쓰는 학생을 보고
그냥 지나치질 못한 거죠
날짜 간격이 생리주기랑 차이가 너무 큰데 제도를 악용하면 안된다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걸 수도 있으니 병원 진료를 받아보는 게 어떠니
뭐 그런 이야기를 한 모양인데
학생이 교육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었고
그 학교 교사들은 학교에서 전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학생인권교육을 받아야 했다네요
그런 상황을 보면서
학생의 부정행위를 인지하고도 아무 말도 못한다고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교사들이 많더라구요
그리고 사실 말로 훈계하는 거 외에 학생들 지도할 방법이 거의 없어 보이기도 해요
저는 중학교에서 근무할 때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서 이야기하는 방법을 많이 썼어요
교실에서는 주변 친구들에게 자극을 받아서 영웅심리 때문에 더 과격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복도나 교무실로 데려가서 이야기하는 게 효과적인데
그렇게 하면
교실 밖으로 보내면 수업권을 박탈했다고 문제
특정 학생을 지목해서 망신을 줘서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문제라더라구요
앉았다 일어서기 정도의 가벼운 벌이나
반성문 쓰기, 성찰에 도움이 되는 글 옮겨적기 이런 것도 많이 시켰었는데
요즘은 이런것도 못 시킨다고 하더라구요
엄살이겠지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올해 3월에 방영됐던 pd수첩을 보니깐
욕설하는 학생 복도로 내보내고 반성문 쓰게 시켰던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해서
직위해제 당하고 휴직 들어갔다가 자살했다더라구요
학생들 지도할 방법이 거의 없겠다 싶었어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교사들은 아무것도 안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거든요
자신의 안전만을 생각한다면 문제될만한 걸 그냥 안 하면 그만이고
적극적으로 교육하지 않는다고 해서 교사가 받는 불이익도 없어서..
문제는 그렇게 되면 방치되는 학생들만 늘어가고
그런 학생들로 아무 잘못 없는 학생들이 피해를 입게될까
그게 걱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