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모임 하다가
어쩌다 새로 합류한 멤버가 있었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지인들 둘 해서
저까지 ..어쩌다보니 넷이 모이게 되었는데
새로 온 분이 공교롭게 저와 같은
고 3엄마, 나머지 둘은 중딩맘들.
아무래도 상황이 다르다보니
공통분모가 없던 차에 반갑더라구요
결국 그게 문제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요즘 고 3 어때요? 중밈맘들이 물어보면
웃으면서 공부 진짜 더럽게 안 한다.
차 마시면서 이렇게 이야기하면
진짜 진심으로 동조한다는 듯이
그 새로 들어온 고3맘도
맞아요. 진짜 왜 이렇게 안하는지..
학교는 다르지만 혹시
우리 아이랑 비슷한 상황인지 물어보면
거의 흡사하더라구요
참고로 제 아이는
전 과목이 5.6등급 그 언저리..
학원 갔다 오면 가방 던져 놓고
열 생각을 안 한다.
허구헌날 식사 메뉴에만 신경 쓴다
뭐 물어보면 몰라몰라 소리만 한다..
푸념처럼 이야기 하면
어쩜 그렇게 우리 아이랑 똑 같냐고
맞장구를 치더라구요.
제 딴에는 용기를 내서
최근 담임샘과 상담한 이야기 하면서
등급 이야기를 했더니
어쩌면 둥급도 비슷하네..
이러는 거에요...
그 마음 이해하시려나
나만 이렇지 않구나 하는 안도감 비슷한..
그러다가
한 중딤맘의 제안으로
처음으로 저녁에 술자리를 하게 되었는데
저는 이 일을 게기로
더 친해질 수 있겠다라는..뭐 그런
기대감도 잇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주책맞게 술자리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아이에 대한 걱정. 우려..따따따다.
중딤맘들은 아무래도 아직
이 상황이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는 눈치인데
그 엄마는 함께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그랬습니다....그 때까지는요
한 잔 두 잔..술 더 먹게 되고
그랬는데
무슨 이야기 끝에
원하는 학교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나왓어요
그 전에
저는 담임샘이랑 상담하면서
전문대까지 이야기 나왔을 때
그 이야기 하면서
그 엄마도 분명
나도 안되면 전문대 보낼라구요
분명 그랬는데...
수시 쓰려는 학교가
그 수준이 아닌거에요..어라??
실은..하고 이야기 하는데 하면서
본인 아이는
영어는 1등급, 국어는 1에서 .2등급
수학만 5등급...이라는 거..ㅠㅠ
아..그 때의 당혹감이란..ㅠㅠ
제가 주책인거 압니다
입시는 끝날 때까지 모른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그렇지 않았....
두 중딩맘들이 동시에 놀란듯이 저를
쳐다보는데...얼굴이 빨개지는 느낌.
에이... 공..부..자..잘..하네요......
겨우 맞장구 치긴 했지만
약간 취기가 오른듯
한참 동안 문과 성향의 아이가
어떻게 해야 이번 입시에 유리할 지
다다다다 하는데 하나도 머리에 안 들어왔.
그랬습니다.
뭘 기대한 건지..
제 스스로도 한심하고
그렇게 보수적으로 이야기하는 상황이
한편으로는 너무나 이해되는데.
그랬는데
제 마음은 그 전과 완전히 달라졌죠
꽤나 합리적으로
주도적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아이 입시가 뭐라고
아직 이런거에 연연하고
휘둘리는지 저도 참 답답..
그 이야기 후로는
술맛도 뚝 떨어지고 해서
거의 맑은 정신으로 귀가했는데
자꾸 눈이 시큰거리더라구요
그 때 이렇게 저렇게 아이를 유도했다면
조금 달라졌을까.
그 때 그 학원 아니라 이 학원이었다면
성적 오르지 않았을까.
조금 더 세게 푸쉬하고
소위 말하는 관리라는 걸 했으면
아이가 더 좋은 대학 갈 기회 있지 않았을까.
아....
나는 왜 이리 한심한가.
그 분은 눈치 챘는지 어쩐지 모르겠네요
그 이후로 차 마시는 일도 없고
같으로는 환하게 인사만 하는
그런 관계가 되게 이런 이유라는 걸.
이 일이 정말
긴 인생에서 정말 먼지처럼
아무 일도 아닌 일처럼
우리 예쁜 아이에게도 좋은 일 많이 있길
바래봅니다.
저도 좀 더 단단해지고
너무 푼수처럼 그러지 말아야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