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절 앞에서 구걸하는 분을 봤어요.
근데 구걸인에 대한 편견을 깨는듯한
나름 깔끔한 외모인거예요.ㅎㅎ
칠십대 초반같은데
옷도 깨끗하고 얼굴도 깨끗하고.
다만 신발이 이상...초록색 테이프로 묶은 이상한 신발.
얼굴도 반듯하게 생기셨어요.
제가 절에서 나오는데 그 앞에서,
보살님. 천원만 보시해주십시오.
그러는데 목소리와 말투도 단정.ㅎㅎ
저분은 왜 저러고 살까?
그러다가 다시 생각하기를
저러고 살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겠지.
지갑에 있던 천원짜리 다 모아 드렸어요.
그래봤자 오천원인데
많이도 주셨어요.
그러면서 감사해하셔서
좀 민망..ㅎㅎ
돌아보니 어린 꼬마 여자애가 달려와
천원짜리 한장을 공손히 두손모아 드리네요.
이분은 기쁘게 웃으며 받고.
마치 용돈받는 분위기.
저한테나 그 아이한테나.
딸하고 손녀한테 용돈받는 것 같은거예요.
지금도 그분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네요.
집에와서 엄마한테 말했더니
구걸업이 꽤 쏠쏠할거다.
너같은 인간들이 많으니
일부러 절앞에서 그러고 있는거다.
하루일당이 십만원이면 한달에 삼백아니냐?
진짜 많이 벌겠다며 흥분.;;;
엄마. 어떻게 하루에 십만원을 벌어?
하루 삼만원 정도겠지.
그래도 한달이면 구십.
할만한건가요? ㅎ
그분은 무슨 사연으로 그러고 있을까.
남자거지는 많이 봤는데 여자는 흔치않고
그것도 외모가 깔끔해서 참 잊혀지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