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수십년째 썩어가고 있는게 제 인생같아요.
실손보험이 있어도 청구하지 않은 몇년치 병원 영수증,
임플란트하랄까봐 무서워서 못가고 있는 치과,
아픈데도 마구 몸속에 들이부은 썩어빠진 음식들,
가르쳐야지 생각만 하고 가르치지 않은 아이용 교재와 책들..
내 건강, 아이의 미래와 정서, 가정의 재정상태,
앞이 보이지 않아요.
충분한 위험신호가 있었는데도 대처하지 못했어요.
인생의 모든 것에 이런 태도였어요. 태어났을 때부터 그냥 사는게 힘들었어요. 아무것도 안했어요. 그냥 학교 가래서 학교 갔고 졸업하고는 쭉 백수입니다.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들은 어쩜 저렇게 예쁘고 잘생겼지, 똑똑하지,
올바르지, 궁금했어요. 저는 모든 일이 엄두가 안나고, 내가 감히 어떻게, 나 따위가 무슨. 하며 자신감이 없고 힘들었어요. 그건 곧 너 따위가 무슨으로 이어지기도 해서 저보다 못해보이는 사람은 속으로 업신여기기도 했어요. 그게 제 평생 죄책감으로 느껴집니다.. 흉내는 내봤습니다. 보통사람 흉내.. 그게 제 발목을 잡네요. 전 보통사람이 아니고 하등한 존재였는데.. 그 흉내로 인해서 여러 사람을 속인 꼴이 되었어요. 이런 채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으니 이게 얼마나 큰 죄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좋은 대학을 가려고 좋은 취업을 하려고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지,
어떻게 몇백만원 드는 성형수술이니 교정을 해서 예뻐질 생각을 할 수 있지,
어떻게 몇십만원씩을 매달 모아서 목돈을 만들 수 있지,
어떻게 몇억 빚을 내서 내집 마련을 할 수가 있지,
어떻게 애를 이 학원 저 학원 보내서 공부 성과를 다듬을 수 있지,
어떻게 그렇게 애를 써서 근육을 만들 수 있지…
모두가 하는 일이 제겐 너무 까마득한 일로 느껴졌어요.
저는 아무것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태어난 그대로 그냥 늙어갔어요.
할 수 있는 일은 폭식 정도였어요.
이제 건강이 악화되고 그마저도 할 수 없네요.
고통만 남은 것 같아 까마득하고
이런 건강상태와 무일푼의 재정상태로
연로하신 부모님과 커가는 아이들을 어떻게 케어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런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용기를 낼 방법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