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빠가 넘넘 그리워요

지난번에 아빠를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시켜 드리곤
가슴이 넘넘 아파서 글을 올린적이 있었어요
아빤 6월 18일에 입원하시고 딱 3일후에 돌아가셨어요ㅠㅠ
아직도 이 모든게 믿겨지지가 않고 아예 현실감이 없어요
친정집에 엄마랑 잘 지내시고 계신 것 같고
그도아니면 어디 여행을 가셔서 잘 지내시는 것 같고
여튼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엔 꼭 계시는 것 같아요ㅜㅜ

18일에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셔선
톡으로 집에 가고 싶다, 얼른 오렴...
밤새 톡으로 또 전화로 계속 연락을 하셨지만
집에선 가정형 호스피스로도 통증이 잡히질 않으셔서
호스피스병동으로 입원을 하신거라 정말 어쩔수가 없었어요
19일, 아침식사도 하는둥 마는둥 엄마랑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생각보다 컨디션도 넘 좋아보이셨고
가벼운 농담까지 하시면서 침대에 앉아 계신 모습을 뵙곤
진짜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고 감사했어요
병실 모든 환자들이 기저귀를 착용하셨었는데
의식이 멀쩡하신 아빠는 기저귀착용을 넘 싫어하셨고
결국엔 아빠도 어쩔수없이 요양사분이 기저귀를 채워드리긴 했지만
끝까지 큰 일은 절대 보시질 않으셨어요

집으로 돌아와서 20일 아침이 밝을때까지
늘 있어야 할 아빠의 톡들도 없고 전화도 없고
제가 보낸 톡들의 1도 사라지질 않아서 밤을 새우다시피
긴 긴 걱정의 밤을 보내고 20일 아침에 병원으로 달려갔어요
분명 우리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기신거야
눈물부터 마구 흘러서 앞도 잘 안보이고
정말 무슨 정신으로 어떻게 병원엘 도착했는지도
모를 정도였어요

아 아빠........
왜 우리아빠가 산소마스크를 끼시고 누워 계시나요
왜 어제만해도 정상적인 대화며 농담까지 나누셨던
우리아빠가 눈도 감고 계속 주무시기만 하시는건가요
흔들어 깨우면 힘들게 촛점 한번 맞춰주시고 다시 눈을 감으시고
또 흔들어 정신차리시라고 울면서 소리치면
또 힘들게 눈을 뜨시고 감으시면서 눈물 한방울 주르륵 흘리시고...ㅠ

밤새 계셨던 요양사님의 말씀에 의하면
밤새 아프시다하셔서 몰핀이며 신경안정제(+수면제)와 같은
주사를 많이 맞으셨다네요
아빠가 암성 말기통증으로 평소엔 정상인처럼 지내시다가도
폭풍처럼 밀려오는 통증엔 마치 지푸라기처럼 쓰러시는걸
여러번 뵈었었기에 진통제를 맞으실수밖엔 없었으리라
저도 생각은 해요
그치만 어쩜 이렇게 하루만에 간성혼수에 빠지실수가 있는건지
이건 정말이지 믿어지지도 않고 또 믿을수도 없더라고요

입원 사흘째 되던 21일
식구들과 같이 병원에 도착해서 엄마가 먼저 병실에 도착하셨었는데
화장실에 있던 제게 급히 전화를 하시곤...
간호사와 주치의쌤,저까지 들고 뛰고...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돌아가실수가 있는걸까요
1인실로 급히 옮겨드리곤 식구들이 보는 앞에서
몇번의 저희들의 부름에 살짝 눈을 뜨셨다가 감으시곤
정말 아가처럼 아주 편히 주무시는것마냥
입가에 옅은 웃음까지 지으시면서 아빤 그렇게 천국으로 가셨어요
ㅠㅠㅠㅠ
저희 아빠라서 넘 감사했다고,
여보 마지막 바람대로 집에 모시지 못해서 죄송했다고,
저도 할아버지처럼 자손들에게 큰 사랑을 주는
할아버지가 되겠다고,
식구들의 못다한 인사들을 들으시면서
눈을 감으신 아빠의 두 눈에 계속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라고요

돌아가시기전까지 저희집에서 8개월을 모셨었는데
못 해드린 것들만 자꾸 생각이 나고
눈길 가는 곳마다 아빠의 흔적이 남아있어서
수시로 눈물바람인 요즘입니다ㅜㅜ
즐겨 입으셨던 파자마만 봐도 눈물이 흐르고
여름에 입으시라고 새로 사드렸던 옷들은
얌전히 옷걸이에 걸어만 놓고 가셨네요
병원갔다 오시면 드신다고 했던 가래떡도
다 드시지 못하셨는데 이렇게 벌써 가시면 어떡하시나요
밤새 넘 시끄럽다고 볼륨좀 줄여서 들으시라고 잔소리만 했었는데
주인 잃은 라디오는 덩그러니 침대위에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고요

병동 간호사님이 말하길
임종기가 길수록 잦은 몰핀진통제로 인해서 섬망도 반드시 오고
또 그 증상도 더욱 심해지는데 그 그통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네요
그래서 저희 아빠처럼 임종전 특징도 없이 짧은 임종기를 겪고 하늘 나라로 가시는게 환자 본인에게나 식구분들에겐 진짜 복(!)이시라고...

일상으로 돌아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죠
어제와 그저께,
왜그렇게나 많은 비가 하루종일 내리던지 정말
슬퍼서 죽겠더라고요
아빠가 애지중지 키우시던 멍이도 우울증이 와서 병원에
데리고 다니는데 말도 못하는 이 녀석은 하루아침에 안 보이시는
아빠를 그리워하며 저희보다 얼마나 더 답답하고 속상해하고
슬퍼할까요
그래도 모두가 다같이 기운을 내서 열심히 또 살아야겠죠
그래야 하늘에 계신 아빠도 마음이 편하시고 기쁘실거에요
저희는 종교가 있어서 미신은 잘 안믿는데
지난주에 아이와 야외 주차장에서 내리자마자
갑자기 어디서 흰나비 한마리가 날아와서는 제 가슴팍에서
서너바뀌를, 그리고 운전석에서 막 내린 저희 대딩아이
머리와 가슴주위에선 정말 저보다 배는 더 많이 팔랑거리다
날아가더라고요
근데 기분이 정말 이상했어요
집에 와서 찾아보니 서양에선 흰나비가 천사, 영혼이라고...ㅠ

애휴...
아빠를 그리워하며 눈물짓다 써내려가다 보니
엄청나게 글이 길어졌네요
아빠 살아생전에 무늬만 효녀였던 딸래미였는데
누가 보면 엄청난 효녀였는줄 알겠어요
82님들은 최소 저보다는 다 효녀이시겠지만
여하간 얼굴을 만질수 있고 손을 마주 잡을수 있을때
그렇게 살아계실때 더많이 사랑한다 말씀드리고
더 감사드린다고 표현하며 사셨음 좋겠어요

하도 울었더니 거울속 제 모습이 낯설어요
오늘은 어제와 달리 햇님도 반짝, 파란 하늘도 참 예쁘네요
사랑하는 아빠~~
천국에서 잘 지내시고 계신거 맞죠?
아빠도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울보딸도 행복한 날이 되도록 힘껏 화이팅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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