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저는 평생 사춘기였나봐요

집이 복잡해요
폭력-이혼-아빠 재혼-엄마 가출-아빠와 계모와 생활(갈등)-오빠가출-아빠 이혼-아빠 삼혼.

이러한 과정을 저의 초고 시절부터 겪었어요.
저는 이 와중에 슬픔, 분노 등의 감정 없이
안에서는 긴장하고 불안했으나
학교 등에서는 밝고 명랑하게 생활하며 정상인?처럼 살았고요.

그 와중에 아빠와는 중학교부터 같이 살기 시작했어요.
그 전엔 뜨문뜨문 아빠와 살았던 기억.
(아빠의 해외근무+이혼)

그래도 아빠는 저에게 만큼은 최선을 다해주셨지만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는 별루였어요.
그런 면이 저의 불안을 만들었고,
정서적으로 저에게 의지하고, 나만 편애하는게 무척무척 부담스러웠어요.

감정형인 아빠는 내 교우관계도 물어보고, 친구이름도 기억하고,
암튼, 이것저것 엄마처럼 굴기도 했는데 그게 너무나 싫었고,
아빠가 나에게 신경쓸수록 새엄마 눈치가 보여서 불편했어요.
나 신경쓰지말고 새엄마에게나 잘하지..이런 생각으로 아빠의 관심을 거부했고,
아빠가 세세히 물어보면 그렇게 짜증이 났어요.

그게 제가 50이 된 최근까지 이어졌어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 친구들 잘지내냐고 안부묻고, 내가 하는 일 구체적인 성과를 묻고,
옷차림, 스케일링, 몸의 상태까지 관심갖고, 내 커리어까지 꼬치꼬치 물어보는게 극혐이었거든요
아빠를 거부했어요.
아주 최소한으로 만나고, 최소한의 정보만 드리고. 퉁명스럽게요. 중2병 환자처럼.
연락을 뚝 끊기도 하고요.

그런 아빠의 지병이 최근 급속도로 악화되어
여명이 얼마 안남았고 저에 대한 관심과 정서적집착?이 완전 멈춘 셈이 되었어요.
아빠의 통제가 물리적으로 멈추자
그제서야 저는 아빠에 대한 저항이 멈추더라고요.
아빠가 무능하고 무기력한 존재가 되어 내가 돌봐드려야만 하는 때가 되자
이제야 아빠에 대한 마음이 저수지에 가두어뒀던 물처럼 풀려나와요
미안함 고마움 안스러움 ......

아빠 앞에서 늘 툴툴거리던 사춘기처럼 굴고, 내가 잘하는 것도 절대로 알려주지 않고,
(아빠가 나때문에 자랑스러워 하는 것도 싫음)
아빠의 조언도 다 거부하고(들었으면 훨씬 지금보다 삶이 윤택해졌을 듯) 살았는데
아빠가 힘을 놓자, 이제야 아빠 쪽으로 고개가 돌려지네요.
조금만 더 계셔주시지....

우리 애들도 그럴 수 있겠구나 싶어서
한참 ㅈㄹ중인 애들을 점점 더 놓고 내 불안에 의한 캐물음, 관심을 거두고
존재만 안아주고 든든히 버텨줘야겠다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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