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4쌍입니다.
저도 일년에 한 두번 모임에 나가고 여행도 한번 다녀온터라
부인들도 잘 알지만 그렇게 친한건 아니예요.
일년에 한 두번 우리집으로 초대해서 술을 마십니다.
남편 기 살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힘들어서 쩔쩔매며 한게 아니라 메뉴 짜고 플레이팅하는게
거의 취미의 영역이기에 저도 즐기며 했어요.
저희 집 이사 갈 때마다 집들이 했습니다.
양갈비, 필렛 미뇽, 차돌 관자 말이, 찹스테이크, 데빌드 에그
앤차이브 샐러드, 갈비구이 등등 배달 음식 아닌
제가 만든 음식으로 플레이팅도 화려하고 완벽하게
차리곤 했습니다.
그래봤자 일년에 한 두번이니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였고
남자들끼리 워낙 친해서 집에다 불러놓고 놀리는 재미도
있었어요.
그런데 올해 들어 점점 요것들봐라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두어 달 전에 밖에서 만났는데 12시가 되어 집에 간다고
일어서니 다들 우리 집에서 2차 하자는데 농담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진짜 쳐들어 오더니 아침 8시까지 술을 먹더라구요.
남자들이야 남편 말대로 똘아이들이라 그렇다 쳐도
같이 따라온 와이프들이 남의 집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고 가는게 더 놀라웠어요.
이번에 저희가 이사를 했는데 주방에 저희 6인용 테이블
들어갈 자리가 없는 애매한 구조더라구요.
저도 이제 갱년기라 몸이 너무 힘들고 이젠 손님 치르는거
안 하고 살자 싶어 식탁 없애버리고 주방 수납장에서
밥 먹을때만 꺼내 쓰는 2인용으로 바꿨어요.
그릇들도 절반 이상 포장 다 안 풀고 집어넣어버리구요.
친구들이 이사했는데 왜 집들이 안 하냐 성화길래
이제 우리 집 식탁도 치웠다.
오고 싶으면 이번 주말에 집 근처에서 식사 하고
우리 집에선 안주만 차릴테니
술 간단하게 먹고 가라고 했어요.
교자상도 없는 집이라 캠핑 테이블 펴놓고 먹어야 하고
안주는 내가 다 준비하지만 각자 마실 술은 들고 와라
그리고 숙박은 절대 불가하다.
어제 이렇게 단톡방에 공지하니 와이프 중 한명만
숙박 안된다니 서운해용~ 뭐 요따위로 답 하고
남편 친구 중 한명은 식당 가는데도
자기 마실 술 들고 가야 하는거냐 헐~ 이러길래
식당에서 마시는 술까지는 다 우리가 계산하니
집에 와서 마실 술만 들고 오라고 했어요.
그동안 코스별로 페어링해서 낸 와인이 수십 병이고
비싼 위스키들은 다 이 친구들이 먹어치웠거든요.
근데 단톡방에서 아무도 말을 하지 않네요 ㅋㅋㅋㅋ
속으로 싫으면 관둬라 너희 안 오면 나도 편하고 좋지
이러고 있는데 퇴근하고 온 남편이 친구들이 개인톡으로
집에서 그냥 중국집이라도 시켜 먹으면 될걸 왜 밖에서 밥 먹냐고
지롤했다며 미친놈들이라고 짜증내더라구요ㅋㅋㅋ
걍 사뿐하게 모임 취소시켜버렸어요.
그동안 전 이 친구들 중 누구의 집에도 초대받아 가본 적이 없어요.
나는 손님 초대를 좋아하고 너희는 싫어하니 ㅇㅋ.
좋은 사람은 하는거고 싫으면 마는거지 아주 심플하게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선 넘으면 내가 왜 지극정성으로
이런 사람들 대접을 해야 해요?
요즘 집에서 이렇게 차려주는 자리가 어딨다고
잘 해줄때 예의 지킬거 지키고 적당히들 즐기지
무식해도 사람들 천성은 나쁘지 않아서 잘 대해줬더니
감히 어디서 남의 집에서 밥을 차려라 마라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앉았네요.
다 모이기로 약속은 잡은터라 이번 주말에
저희 동네 아닌곳에서 모여 식사는 하기로 했어요.
그중 누구 하나라도 어쩌고 저쩌고 입만 떼면
그 와이프에게 그 집은 손님들 앉을 자리 없어도
꼭 집에서 손님 다 치르시라고 웃으며 얘기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