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진주 샀어요

여기서 추천 글 우연히 보고 찜해 두었던 종로 진주##. 홈페이지만 들락거리며 구경했어요. 모이사나이트는 인터넷으로 쉽게 샀음에도 진주 만큼은 꼭 보고 사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종로를 가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원래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별 관심 없고 혼자 예쁜척 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예쁜건 아니지만 예쁜걸 좋아하고 형편 안에서 스스로 가꾸는 걸 즐겼습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어도 일찍 일어나 화장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갱년기를 빡세게 통과하면서 내적 예쁜척도 사라졌다고 느꼈습니다. 워낙 아프니까 예쁜척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올해부터 그 엄청났던 갱년기의 혼란에서 조금씩 빠져나오는 기분입니다. 갱년기 지나면 노년기라고 하는데 노년기건 뭐건 덜 아프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갱년기를 통과하며 노화된 얼굴에 적응하자 다시 스멀스멀 예쁜척이 올라옵니다. 그러니까 이건 예쁜척 중년 버전인가 봅니다.(노년인가?)  더는 사람들의 눈길이 머무르지 않는 중년이지만 거기에 적응하니 나름 혼자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습니다. 

다이슨 에어랩으로 머리를 손질하며 '돈' 이 좋기는 좋구나 감탄합니다. 이제 마음 편하게 사모님 머리를 해도 되는 나이니 평생 길렀던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에어랩으로 사모님 머리를 합니다. 사모님 머리에는 역시 진주 아니겠습니까. 전철 타고 1시간 남짓 걸리는 종로지만 그동안 아파서 엄두 내지 못하던 그곳을 가겠다 마음 먹은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 병원 말고 서울 가는 거 오랜 만이다. 한때는 주말마다 강남으로 다니며 공부했었는데 그게 언젯적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구나 싶었습니다. 11시 예약을 해 놓고 너무 일찍 도착해 1시간 가까이를 카페에서 보내다 진주샵에 갔습니다. 물건을 워낙 쉽게 고르는 성향인데 아코야 진주 8.7미리 300,000원 상품과 똑같은 8.7미리 하품 216,000원 정말 고르기 어렵더군요. 표면상 똑같아 보이지만 하품에는 약간의 흠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 하품으로 하겠다고 결정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말이 꼬여서 나도 모르게 상품으로 ㅋㅋㅋ 

귀걸이 핀값 80,000원 추가해서 380,000원, 8.9미리 팬던트 82,000원에 14케이 세팅비 115,000원. (목걸이 줄은 기존에 있는 화이트 골드 가져가서 세척까지 함) 생일 선물로 딸이 준 돈과 모임에서 준 돈으로 한 올해의 선물입니다. 진주를 팔고 세팅해주시는 사장님이 자기 물건에 가진 자부심이 제 만족감을 높여주네요. 

'기분 좋고 싶으면 백화점 가서 비교해 보세요. 똑같은 물건 정확히 배 가격에 팝니다.'

 오늘 세트를 하고 출근해 거울을 보면서 중얼거립니다. 

'흠, 역시 제대로 된 진주는 다른데.' ㅋㅋㅋ 진짜 다를지는 모르지만 제 마음은 다르네요. 

남편이 예전에 동네 금방에서 사줬던 비드의 철사가 늘어지고 목을 긁어서 하지 않았었는데 가져가니 사장님의 평가가 애매합니다. 나는 취급하지 않는 낮은 수준의 진주지만 그렇다고 해외에서 사온 쓰레기는 아니라 버리라고 하기에는 또 그렇다고. 고민하다 캐주얼하게 하면 된다고 만 원주고 새로 엮었습니다. 하지 않던 비드를 살려 놓으니 그것 또한 기분이 좋습니다. 

직접 보고 산 덕분에 더 비싼 걸 샀지만 만족도 또한 높네요. 남이 알건 모르건 내적 예쁜척처럼 내적 만족도 상승.
중년 이후의 삶에 적응하고 나니 그 나름의 세상이 보이기 시작하고 내가 좋아하는 그 나름의 예쁜 것들이 위로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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