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저 호텔뷔페 다녀왔어요

여기는 호텔뷔페 쓰레기같다 시장바닥같다 하면서 싫어하는
파인다이닝만 즐기는 대미식가 부유층 많으시죠
저는 시장바닥이고 뭐고 엄청 좋아하는데 비싸서 못가요
점심만 최소 15만원 돈이니까 네식구 먹으면 60만원 후덜덜..
동네 마트 아님 오아시스에서 3-4만원 어치 장봐서 2-3일 먹는데
60만원을 한 끼에 어케 써요

쓰고있는 카드사에서 연회비 십만원 내면
십일만원 어치 호텔 식사권이 나와요.
물론 이마트 상품권이나 전자제품 구매권으로도 바꿀 수 있는데
조삼모사인 거 알면서 매년 호텔식사권을 받아요
너무 웃기죠 제 돈 십만원 내고 가긴 아깝고
그 십만원 쿠션 먹여서 쿠폰으로 받으면
공짜로 받은 거 같은 어리석음…
알면서도 지난 몇 년 동안 그거 모아서 일년 혹은 이년에 한 번
어버이날이나 생신 때 부모님 모시고 (저만) 가곤 했죠.

그런데 올해는 어찌저찌하다가 쿠폰 쓸 수 있는 유효기간이
다 지나가버린거에요. 딱 하루 남음…
부모님께 전화드려보니 나오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님…

인생 처음으로 뷔페 혼밥을 예약했어요.
저는 먹는 걸 정말 너무너무 좋아하거든요.
근데 혼자 뷔페를 처음 가봤더니
또 뷔페 자체를 너무 오랜만에 갔더니
진짜 행복한 거에요.

탱글한 미역국수가 말려있는 싱싱한 물회 한 젓가락
씹는 맛이 좋은 후토마키 한 점
입에서 살살 녹는 안심 스테이크 한 조각
양갈비 한 조각
꼬리한 엔쵸비맛 제대로 나는 시저샐러드 커다란 로메인 두 장
잘 구워 치즈 갈아 얹은 아스파라거스 딱 한 조각

지글지글 곱이 가득한 대창구이 딱 한 점과
매운 불맛 제대로 나는 낙지볶음 딱 두 조각

칠리새우와 엘에이갈비처럼 촌스러운 메뉴도
감칠맛 폭발해서 딱 한 점씩

대게 다리 한 개

쌀국수 한 젓가락에 숙주 듬뿍 넣어 한 그릇

마지막으로 미니마카롱과 홍차

이렇게 천천히 많이 먹고 일어나는데

얼마나 행복한지 진짜

좋은 기름과 향신료 쓴게 느껴져서 더 행복했어요.

뭐 파인다이닝 가면 더 좋겠지만
페리카나 치킨 신전떡볶이 애슐리 이런데나 가다
호텔 뷔페 갔더니
올리브유 급부터 다르던걸요

부모님 이것저것 떠드리고 신경쓸 땐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오히려 더 많이 먹었는데
한 점 한 점 음미하면서 먹으니
그때보다 오히려 덜 먹게 되더라고요

내년에도 혼자 또 오고싶다 생각하다가
부모님 산해진미 더 드시게 해드리고 싶다
우리 애기들도 오면 맛있다고 엄청 잘 먹을텐데
나 혼자 호강한게 너무 미안해서
한 번이면 족하지 하고 맘을 접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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