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태 경제적 가장이었고 아이들이 아직 어려요. 미취학이에요.
만삭때까지 하루도 쉬지않고 출산휴가 3개월씩 빼고는 계속 일해왔어요.
전업이 늘 부러웠는데 제가 전업을 해도 되는 당위성이 없더라구요.
애들 핑계 대기엔 시터이모님도 잘 봐주시고, 시터이모 바뀌거나 펑크났을때 양가에서 백업을 잘 해주시거든요.
그러다 최근 남편이 시작한 일이 잘 풀려서 감사하게도 남편 외벌이로 살아도 충분한 상황이 되었는데..
여전히 제가 일을 놓지를 못하네요.
누가 일하라고 등떠민것은 아닌데 .. 오히려 남편은 원하던대로 일 좀 쉬라고 진심으로 말해주는데도 그래요.
저도 작지만 제 개인 사업을 하고있어서 그만두는것도 절차가 복잡하고,
권리금 받고 양도할만큼은 아니라서 접는 과정에서도 돈이 많이 들어요.
그래도 일단 접었다가 나중에 일하고싶을때 다시 한다? 성격상 못할거 같아요. 자리잡기까지 고생했는데 그걸 인생에서 두번 겪고싶진 않거든요.
그리고 남편이 이제 막 잘되기 시작한거라 막상 모아둔 돈은 거의 없어요.
아이들 앞으로 그리고 연로하신 부모님들 앞으로 돈 들일 구만리이고.. 백세시대에 부부 노후준비 아무리 해도 부족할거같고,
지금은 남편이랑 사이 좋지만 부부사이라는게 언제 어떻게 틀어질지, 또 건강이나 사고 등 예기치못한 상황이 생길수 있고..
친정이 노후준비가 좀 부족한 형편인데 전업이면 아무래도 친정에 병원비 등 목돈 들일 있을때 눈치보일까 싶고..
또 주위에 보면 전업인 분들 양가 부모님 모시고 병원다니고 간병하기 바쁘더라구요..
부모님들이 이제 슬슬 연로해지고 병치레 하실 연세가 되었는데 아직은 정정하시지만..
전업=언제든지 부를 수 있는 대기조 개념으로 시댁에 불려다니느니ㅠ 그냥 일하는게 낫지않나 ..
이건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제가 너무 피해망상적으로 생각하는걸수도 있으나 주위에서 보고들은바 그런경향이 있더라구요..
가장 결정적인건 제가 그래도 수입이 적지는 않은 편인데..
내가 일을 쉬어야되는 상황도 아닌데 단지 쉬고싶다 라는 이유로 일을 그만두는게 양심에 찔린달까 그러네요..
내가 쉬는게 그 수입만큼의 가치가 있는것도 아닌데 일을 그만두는 자체가 너무 사치아닐까.. 싶은...
그래서 지금 원하던 상황이 되었는데도 막상 일을 못놓고 있어요.
차라리 어쩔수없이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면 마음편하게 전업해봤을거같아요.
뭔가 조언을 달라는건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생각의 흐름을 적어봤구요.
성격이 팔자라는말 저를두고 하는말 같아요.
우유부단하고 현재상황에서 뭔가 달라지는거, 변화하는거 두려워하고..
어떤걸 결정할때 하면 안되는 이유나 부정적인면부터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전업도 야무지게 할려면 많이 힘들거 같고.. 집안일이라는게 디테일하게 잘할려면 끝도없고 대충할려면 얼마든지 대충할 수 있는거라서 유독 논란이 많이 되는거 같아요.
그래도 하루하루 매출 걱정하는거, 일에 매여서 내 시간 전혀 가질 수 없는거에 질려서 전업을 늘 꿈꾼거 같아요.. 항상 남의 떡이 커보이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