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둘째는 발달지연 등등으로 매년, 매학기 크고작은 일이 생기고 있고
한 3년전 쯤에는 큰 위기를 맞기도 했었어요.
그때 저는
아이와 이어져있던 내 세계와 믿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걸 느꼈어요.
특히 내 자신에 대한 의심까지 들었고 실존적 위기라고까지 할만큼 죽고싶었어요.
나는 누구인가
내가 무얼 위해 사는가
내가 뭐하고 있는가
한마디로 여긴 어디 나는 누구...진하게 오는 현타로 휘청.
그런데, 그 절대절명 위기 속에서
모든 진부하고 허울, 껍데기들이 하나씩 벗어지더니
가장 정수만 남더라고요. 내가 지키고 싶은 것...
내 자신과, 가족, 사랑, 관계...
그러면서 희한하게 작은 일상, 돌멩이, 풀떼기, 새,
매일 뜨는 해, 잠, 이런 것들이 다 감사로 다가오고 감격스럽더군요.
아이가 웃는 것도 너무 좋고요.
그렇게 위기를 넘어갔는데
힘들때 이겨내는 기술들이 생겼고
작은 것을 누리는 새로운 습관이 제게 조금씩 자리 잡았어요.
이제 좀 살만하다..했더니
며칠 전에도 또 한 바탕 난리가 나서 며칠을 힘들게 보냈고,
어제 밤 바람에 나가 뛰는데(살기 위해 뜁니다),
누구나 다 이렇게 힘들게 뛰고 있는 거구나 싶으면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다시 짠하고도 고맙더군요.
오늘 아침 나오는데
이런 내게 또 매일처럼 해가 뜨고, 귓가에 바람이 불고,
차 안에서 공짜 음악이 흘러 나오고, 이런다는게 기적같이 느껴지면서
마음이 감사와 평안으로 다시 새로워져요.
신에게 감사합니다.
남편이 아침에 자기 배고파서 볶음밥 찾아먹으며
남은 것을 후라이팬에 하트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더라고요.
여보, 나 보고 좋으라고 그랬어? 그랬더니
그랬다고 해서 고마웠어요.
박완서의 책을 오디오로 들으면서
이 분이 경험한 고통의 길이 또 위로가 되고요.
다시 힘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