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시어머니 첫생일상 ..잊혀지지가 않네요

25년전쯤
결혼하고 몇달후 친정아버지가 입원을 하셨어요
직장 바로 옆이라 출근전 아버지 먼저 보러 갔어요.
당시 신혼집 구할 돈이 없어서 시부모님 얹혀 신혼을 시작할 때였는데
친정아버지가 시부모님 안녕하시지? 하셔서
네 오늘이 시어머님 생신이래요. 라고 대답하니까
갑자기 아버지가 눈이 동그래지셔서
그래서 넌 뭘 하고 왔니?
뭘하긴요...그냥 나왔죠.
라고 대답하자 아버지가 노발대발.
저녁밥도 늘 시어머니가 해놓으시고 저는 설거지만 했던터라 오늘도 그럴거고
봉투에 10만원정도 드릴 계획이라고 말씀드리니
더 노발대발...
당장 시어머니에게 잘못했다고 전화드리고 저녁에 퇴근하자마자
미역국도 끓이고 밥도 해서
차려 드려라..

그제서야 내가 정말 많이 잘못했나 싶어서 시어머니에게 전화..
아아..어머님..오늘 생신을 맞이하셔서 오늘은 제가 퇴근후 특별히 저녁상을 차려드리겠습니다.
밥도 제가 하고 미역국도 제가 끓여드리죠..
더듬더듬 말하니 
시어머니도 급당황하시더니 어어 그그그러러렴
서로가 완전 당황 어색...ㅎㅎ

그런데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제가 한번도 국을 끓여본적이 없다는거에요.
결혼전까지 계란후라이와 라면외에는 만들어 본적이 없었어요.
지금처럼 외식문화도 없었고
인터넷 레시피도 없고
급히 직장 연세 있는 분에게 미역국 끓이는 법을 종이에 받아 적어 퇴근..

시어머니가 이미 미역은 다 불려 놓으셨고
전 쌀을 씻기 시작...
미역국 끓이기는 종이쪼라기 옆에 놓고 시작..
뭘 모르고 처음이니 자꾸 시어머니에게 물어보고 
진도는 안나가고 
시간은 이미 8시를 넘어가고요
시어머니가 보다보다 못해...
복장 터진다. 그냥 내가 하마
하면서 앞치마 두르시고 순식간에 주도해서 다 하시고
전 보조...

나중에 아버지 퇴원전에 시어머니가 병문안 오셔서 생일상 이야기 하시면서 
두분이 한참을 웃으셨죠. 전 얼굴 빨개지고요.

재작년 작년 두분 연달아 돌아가셔서 참 슬픈 몇년을 보냈어요.
가끔 걷다가 두분이 안 계신다는게 믿기지 않아 눈물 주르르 흐르다가 또 하늘보면 두 분이 절 보고 계실것 같아 눈물 닦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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