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대문에 신안 염전글 보다가 생각났는데

저희가 10년전쯤 시골마을에 이사를 갔어요
발령을 받아서 한 1년 살았는데
사는 동안 정말 힘들었어요
이사 들어가는 날 정체를 밝히지도 않은 나이 많은
남자가 신발 신은채로 청소 다 해놓은 집 거실로
마음대로 들어오더니 이 동네는 이사오면
떡 돌리고 인사해야한다고 하더라구요
젊은 사람이 이사왔으면 동네에 인사를 해야한다고
강압적이고 무례하게 말하는데 그때부터
뭔가 기분이 싸하긴 했어요
제가 그때 만삭이고 골반통 때문에 힘들어서
떡 못돌렸는데 그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빌라 동에 6집이 사는데 저희만 수도세를 몇만원씩
부과하는거예요
이사전 빌라에서는 2만원도 안나왔는데
5만원씩 부과를. 거기가 따로 계량기가 없이 n분의 1
하는 시스템이었거든요
한번은 윗집에서 물을 틀어놓고 나갔는지 새벽부터 저녁까지 물 콸콸 쏟아지는 소리가 베란에서 나더니 그 달에
저희집에 수도세를 8만원 내라고 우편함에 넣어놨더라구요
이상해서 윗층 청구서 보니 6천원인가 써놨대요
그것 뿐만 아니라 저희 차가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거 다 지켜보고 있다가 온 동네 사람들이 공유해요
슈퍼갔더니 어제 종일 집에 없었다매 어딜 다니냐고 물어보는거예요. 심지어 저 그 슈퍼 아줌마 모르고 거기 비싸서
급할때 아니면 몇번 가지도 않았거든요
동네 정육점 가서 삼겹살 사왔는데 집에 와서 보니
비계 덩어리만 잔뜩 들어있고
산책이라도 하러 나가면 동네 할머니들 나도 모르는 우리집 얘기하는데 나중에는 무서워서 밖에 나가지도 않았어요
그 관심이라는게 시골노인네들의 순수한 관심이 아니라
배척하고 욕하고 트집잡는 거였어요
주차를 똑바로 해놨는데도 그 자리는 원래 저집이 대던 자리니까 옮겨서 저 구석에 대라고 하질않나.
저희가 어른들한테 깍듯하게 인사도 잘하고 그랬는데
걲어보다 진절머리 나서 나중엔 아는척도 안했어요
친구가 자기 대학 동기중에 시골 출신 남자애가 해준말이라고 들은적이 있는데 고등학교때 촌에서 여자애들 아무나 자빠트려서 자고 그랬다고...그때 그 말이 너무 충격이었는데
시골 살면서 그 무지하고 무자비함이 뭔지 알겠더라구요
그때는 인터넷도 sns도 없던 시절이니까요
폐쇄적인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자기들끼리 뭉쳐서 사는거죠
신안 염전 뿐만 아니라 옛날 시골에는 무서운 일이 많았을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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