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2편 연속 ) 친구가 인도한 취미의 세계

그 당시에는 무슨 영화 속 사진으로 도배한 날림 출판들이 인기여서
친구가 가져온 책도 알랑들롱의 연인 로미 슈나이더의 사진이 반은 넘어가고 글씨는 얼마 안되는 그런 책이었는데
제가 너무 몰입해서 보니까 친구가 빌려주겠다고 ...눈알 빠지겠다고 하더니
제방을 둘러보며 어 너 이 인형 있네? 하며 아는척을 하더라구요
자기는 이 인형이 시리즈로 있다고 언제 우리집도 놀러오라구요
그래서 또 날을 잡았나 생각은 안나지만 친구가 중간에 마중을 나오는 험한 여정을 따라 친구집에 가게됐어요
근데 얘네 집이 완전 티비에 나오는 부잣집 이더라구요
전축이라는데 난생 처음 보는 거대한 몸통하며 얘 방 침대는 방안에 캐노피도 아니고 룸인룸인가...하여튼 침대공간도 따로있고...
그런 방에서 이거 보라며 가져온건 세상에 ...
무슨 인형옷장과 인형주방 냉장고에
저는 살때 입혀진 드레스 달랑 한벌인데 얘는 옷이 수십벌인거에요
청바지 원피스 베레모에 눈 튀어나오게 한복까지 !!!
이성을 잃고 너 이거 어디서 샀냐고 했더니
그 친구 말이 미도파 백화점 육교위에서 판다네요?
우리는 육교밑 다리밑 이런데선 주로 아이를 주워왔는데...
몇날을 졸라서 친구가 거기를 데려가 주겠다고 했고
중학교 입학 축하금을 꿍쳐둔 저는 38번 진아교통 타고 남영역앞 극장에서 보자는 친구말을 달달 외우고 평생 탕진의 늪에 빠질 취미를 찾아 떠났어요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미도파백화점 육교에 가자 정말 두 할머니가 인형옷을 팔고 계시더라구요
가운 반바지 드레스 구두 정말 육교바닥에 엎어져서 열심히도 고르고 골랐어요
친구말이 한복은 추석과 설때 나온다고...아니 인형옷도 시즌이 있었구나...보리수 나무밑 깨달음을 얻고...
친구가 얼마 남았냐고 하더니 휙휙 저를 끌고 어디 빵집으로 데려가서 도너츠와 고로케를 먹고 다시 남영역까지 저를 데려다주고 헤어졌습니다
그후로 저는 소풍으로 고궁을 갈때마다 미도파 백화점육교를 들렀지만 평일엔 안오는지 인형옷 장수를 볼수 없었고
그 이름모를 인형이 이사도라가 아니라 리카짱이란것도 그애에게 배웠고
성인이 되서 육일돌의 세계에 빠져서 여태까지 !!!매달 인형예산을 빼놓는 삶을 살고있지요
제복의 처녀는 다음날 돌려줬고 지금도 기숙사물 같은거 보면 묘~~한 호기심을 흘리며 얘기를 꼬아봅니다 (동성애물 맞습니다 ㅎㅎ)
고등학교 들어가고 소식이 끊긴 친구는 아마 지금 맛있는거 잘해먹고 잘살고 있을것 같은데
저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친구가 빌려준 책과 그날의 육교가 여우에 홀린것처럼 황홀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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