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살은 안찌는 체질있죠.
잘먹고 잘노는.
고3때도 적정 체중 유지..그냥 55정도.
대학 들어가서 다이어트 시작했는데
사과다이어트 뭔 다이어트 초반에만 성공해서
곧 요요 와서 다 망했고..
굶을 때는 쫄쫄 굶고 저녁때 마트 가서 과자를 하나씩 유심히 보다가 왔어요-.-
내 모습 보기가 두렵더라고요.
실패가 거듭 쌓이면서
살찌는 것에 두려움으로
폭토 습관이 생겼어요.
스트레스 받으면 동네 슈퍼가서
싸구려 음식으로 20리터짜리 봉투 꽉꽉 채워 와서는
방에 와서 문을 잠그고
미친듯이 쑤셔 넣어요.
멈출 수 없는 그 느낌 아시나요.
배고프지도 맛있지도 않은데요 정점으로까지 가야해요.
빠른 시간안에 목구멍으로 탄수화물과 당류를 막 넣고
잘 토하기 위해서 음료를 미친듯이 들이부어요.
그러면 머리 꼭대기까지 압력이 증가하거든요.
그럼 달려가서 다 토해내는 거에요.
머리를 묶는 것으로 준비를 하죠.
너무 역겨운 과정에서 자기 혐오가 생겨요.
그 냄새, 목을 역류하는 그 느낌.
가끔 음식물이 변기물에 맞고 튀어올라 눈에 들어갈 때의 더러우면서 따끔한 감각.
손을 넣어 더 촉진시키기 때문에 둘째 손가락 시작지점에 나도 모르게 이에 긁힌 상처..
토를 다 끝내고 고개를 들면 입 주위의 흔적,
가끔 지나친 압력 때무에 눈 핏줄이 터지기도 하고요.
심한 사람들은 손가락이 위산에 의해서 벗겨진다는데
전 그정도로 끝!까지 토해보지는 못한듯.
그렇게 엄청난 압력과 엄청난 공백감을 단 몇 분 사이에 경험하고
방으로 돌아오면 탈진이 돼요.
폭력 가족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이제 며칠간은 괜찮겠지....이런 느낌.
결국 갈 곳까지 갔다가 돌아왔다는 안도감도 들고요.
뭔가 해방감도 들거든요.
그러면서 수치심도 들어요.
수 년간 지속되었던 폭토가 남편을 만나고 연애하면서 딱 멈췄어요.
남편을 만나고 딱 채워지던 그 느낌.
그 전에도 사람 많이 만났었는데 많이 달랐고요.
내 그대로 사랑받는다는 그 느낌으로 충분했고,
음식에 대한 탐욕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더라고요.
둘이서 유학지에서 만나서 온종일 붙어 다니며 엄청 먹어댔는데도
살이 자연스럽게 빠졌어요. 둘 다요.
저는 그렇게 폭토에서 빠져나왔어요.
남편은 아직도 모릅니다.
그 뒤로 소식하고 운동을 병행하며 잘 살고 있어요.
결혼하고 20년이 되었네요.
저는 아직 일 년에 2-3회 정도는 먹고 토할 때가 있는데
예전과는 좀 다른 양상으로요.
이제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너무 불편하고 통제력을 잃은 느낌에 불안해져서
자연스럽게 조금 올라와요. 그럴 땐 조금 토해야 편해지더라고요.
예전처럼 쑤셔넣고 손가락으로 일부로 유도하는건 아니고요.
과음하는 사람들이 그래야 속이 좀 편하다..하는 그런 거랑 비슷해요.
그럴 때, 아,,,아직도 내 안에 그 인이 남아있구나 싶어요.
지금 이전의 나의 식습관을 돌아볼 때,
정신적인 것과 관련이 깊단 생각이 듭니다.
중고등학교때부터 갑자기 가정사가 복잡해지며
양육자 바뀌고, 새어머니와 살면서
내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워졌거든요.
그러면서 음식을 숨어서 먹곤 했었고,
살찐 내 모습이 너무 싫었었거든요.
아니 가만 있는 내 모습도 싫었어요.
내 존재 자체가 부끄러워졌어요.
조금이라도 남들 맘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그것이 극단적 다이어트와 욕구불만으로 이어져 폭토로 발전했던듯 해요.
짧게 말하려니 인과성이 빈약해보이네요.
암튼, 저는 내 자신이 편해지는데 50년이 걸렸고
음식에 대한 태도는
내 자신을 내가 편하게 받아들이는 만큼
강박에서 벗어나 음식도 편하게 대하게 되는 듯 합니다.
예전에 그렇게 음식에 붙들려서
먹고 싶어서 미치고(물론 어릴때라 그렇기도 했지만),
먹으면 미친듯 불안하고 그러더니
이젠 음식에 별 관심이 없어집니다.
그랬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