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결혼 안하는 여자 후배들 보면 말해주고 싶어요.

저는 40초반 워킹맘입니다.

직장 여성 후배들이 거의 다 비혼주의자입니다. 좋은 직장이다 보니 연봉 높고요. 쇼핑하고 해외여행 다니고 한창 즐거울 때죠. 화려하게 살아요.

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결혼을 왜 하냐, 헬조선 남자랑 결혼하면 시댁에 육아에 집안일에 여자만 손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해요. 이 분들 생각이 남자가 엄청 잘생기고 키가 커서 존재 자체만으로 힐링이 될 만큼 멋지거나, 아니면 경제적 조건이 넘사벽이거나, 그런 남자들이 자기들 좋다고 엄청 떠받들어 주는 거 아니면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런 얘기 들으면 맞장구 쳐주고 그래 멋있다 겉으로는 너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 이렇게 대답해 주면서도 쟤가 내 여동생이었다면 뼈 때리는 진실을 말해줄 텐데 하고 꾹 참습니다.

1. 지금이나 되니까 그나마 연애할 남자라도 있는 거고 30대 중반 넘어가면 나와 연애가 가능한 일반적인 남자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진실.

2. 30대 중반 넘어가면, 친구와 노는 것도 그닥.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다들 머리 굵어져서 자기만의 관점이 확고해 지기 때문이죠. 사는 게 바빠서 따뜻한 정서적 교류 같은 거 기대 못하고요.

3. 40대 넘어가면 여행이나 논픽션이 주는 감흥은 한계가 있다는 것. 여행이나 논픽션보다 내 삶이 더 스펙타클 하거든요. 그건 그냥 순간의 위로일 뿐이죠. ( 다른 종류의 취미생활은 잘 모르겠습니다. )

4. 남는 것은 결국 진짜 내 것밖에 없어요. 저의 경우 소중한 내 것을 돌보고 가꾸는 것이 삶의 이유입니다. 지금의 남편과 아이와 이 힘든 세상을 헤쳐 나가는 데서 오는 보람 만큼 귀중한 게 없더라고요. 보잘 것 없는 내가 누군가의 엄마 하느님이 되어주는 경험이죠.

5.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가 커리어라면. 그 커리어라는 것도 결국 조직 안에서 가스라이킹 착취는 아닐지 곰곰이 따져볼 것.

6. 결혼이 여자한테 그렇게 마이너스가 아니라는 거에요. 옛날 같는 시댁살이라는 것 없고요. 대부분 육아나 살림도 반반합니다. 저희 남편은 진짜 보수적인 경상도 출신 남자인데도 그래요. 헬조선 비혼주의 시댁 혐오 이런 것도 미디어나 카뮤니티가 조작한 것일 수도 있어요.

7. 사람과 삶, 인생, 관계에 대한 냉소만큼 무서운 게 없는데 그 냉소는 결국 나에게 독이 될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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