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늦은 나이에 시험관을 거쳐 아이를 낳았습니다.
아이를 갖기 전에도 남편과 고민이 많았고 여기에 고민글 남기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이제 두 돌이 넘은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점이 많아요.
엄마 아빠는 나이가 많아 제대로 못 놀아 주고요.
어린 걸 어린이집 보내기 싫어 시터를 두고 쓰긴 하는데
잘 해주시기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지요.
하지만 사람을 안 쓰자니 체력이 딸리고 힘들어져 괜히 부부사이만 멀어질 거 같고 그러네요.
그리고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따로 있어요.
이걸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는데요. 역시나 부담감인거 같아요.
한 아이를 온전히 키워낸다는 거.. 한 우주를 만드는 일인거죠.
우리 모습을 빼닮고 우리 말을 따라하고 우리 행동을 따라하고
저희를 보며 스폰지 처럼 흡수하는 아이를 보며 좀 무섭다? 고 해야 할까요?
과연 이 아이가 어떻게 자랄지 걱정도 많고 그래요. 어떤 어른이 될지요..
예전에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란 책을 봤었어요.
콜롬바인고등학교의 총격사건의 가해자 부모가 쓴 책이었는데요.
사건 당일날 학교에서 사고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엄마는 아이가 희생자일거라
생각했다고 하네요. 자기 자식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 거지요.
그리고 '케빈에 대하여' 라는 영화를 봤을 때도 좀 충격을 받았거든요.
남편이랑 같이 고민을 해봐도 저 같지는 않은 거 같고요.
남편은 어차피 아이는 자기가 알아서 크는 거다 유전자는 다 정해졌다 이런말을 하네요.
우리 유전자 닮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라고 해요.
하지만 저는 이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을 지 늘 걱정이거든요.
다들 이런 부담감 갖고 키우시나요?
아님 제가 마음을 좀 비우고 살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