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다시 박완서

아주 짧은 댓글안에서도 그 안에 꽤 짙은 농도의 계층의식을 보여주는 
말들을 종종 봐요. 특히 음식에 대한 것에서 좀 더 두드러지는 것 같은데
그런 것을 볼 때면 30년도 전에 읽었던 책 한 구절이 떠올라요.

그런 것은 미식이 아니라 식도락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정확한 인용은 아니지만, 대략 비슷한 의미인데
박완서의 휘청거리는 오후인지 도시의 흉년인지 
이 문장이 떠오를 때마다 뭐였지 하다가 
게으름에 그냥 넘어가곤 했는데, 
오늘은 검색을 했어요. 

휘청거리는 오후 
허성씨와 그의 세 딸의 결혼이야기

미식가와 식도락을 정확히 정의내리려 하며,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내가 이것을 즐기는
이유와 네가 이것을 즐기는 이유는 분명히 다르다며 확실하게 
구분하고 싶은 마음은 70년대에도 존재했구나 
그런 마음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했을테지만
그래도 세삼스레 쓴웃음이 났어요.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도둑맞은 가난, 오만과 몽상
휘청거리는 오후, 도시의 흉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나목,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
엄마의 말뚝 

평론가들이 말하는 중산층의 물질적 욕망과 허영심
그 안에 정신적 허영까지 다루는 첫 부류의 작품들과
6.25로 인해 무너진 삶과 그 후 재건을 말하는 두 번째 부류의 작품들

신파적이지 않고, 침착하여 더 비극적이고
또한 그 가운데서 드러난 인간들의 적나라한 모습에 크게 웃다가
아 나는 어떤 사람인가  갑자기 소름이 돋게 만드는 

쿨하고 또 쿨한 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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