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언니가 잠깐 와달라고 해서 들렸더니 집주인이 만기 전 집을 검사하러 들린다고 했답니다. 보통 계약 만료일날 보증금 받고 같이 둘러보고 별 하자 없음 그냥 그걸로 끝인데 유난이다 싶었어요. 그 언닌 결벽증이 있어서 남의 집 그리 오래 살면서도 아주 깨끗이 쓸고 닦고 장난이 아니었죠. 그리 집을 많이 보여주는데도 집이 안 나가 궁금해서 온 거 같아요. 집상태에 자신 있는 언니는 구석구석 다 보라고 친절히 안내하더라고요 ㅋㅋㅋ. 흠잡을 곳이 없는지 여기저기 보고 또 보더니 대뜸 월풀 욕조 작동 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언니가 여기 전 집상태가 너무 더러워서 월풀 쓸 생각도 못했다고 하니 집주인이 물을 막 받더라고요. 확인해 보자면서. 여기서 한편의 시트콤을 보는 줄 알았어요. 물을 한참 받더니 스위치를 켰는데 작동이 안되는 거예요. 이거 고장이면 반반 수리비 하자고 해서 왜 사용도 안했는데 그래야 하냐고 하니 사용을 했는지 안했는지 그건 알 수 없답니다. 우여곡절끝에 전기계량기에서 월풀 스위치를 발견하고 다시 켰더니 작동하더라고요. 암튼 두시간 정도 꼼꼼히 집을 확인하고 갔는데 이런 집주인 처음 봤어요. 참 장기수선충당금에서 돈을 얼마 빼서 수리할 곳 있으면 빼고 준다고 하는데 이런 신박한 소린 처음 들어요. 참고로 연식이 이십년 되는 아파트고 이 언니가 첨에 들어 왔을 때 너무 지저분해서 자기가 쉴 동안 한달 가까이 매일 청소한걸로 알고 있어요. 이래서 이런 일 몇 번 겪고 다들 집을 사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