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 제가 좀 기분이 안좋았어요.
지금까지 남편이 결혼기념일을 챙겨준 적도 없지만
이번에는 10주년이라고 넌지시 운을 띄웠더니
아유~그래쪄요? 이런식으로 은근히 넘어가더라고요?
그렇게 그냥 지났어요.
한달 전 얘긴데 이때는 진짜 별 생각없었어요.
워낙 남편이 결혼기념일 챙긴 적도 없고 제 생일때도 선물이나 고맙다 말 한마디 없이
먹고 싶은거 먹어~ 이 정도니까요.
그냥 그러고 지냈거든요?
그런데 그 뒤로
남편이 평소 과하게 남들 챙기는게 눈에 살살 들어오더라고요.
아는 지방사는 동생 식구들하고 올라온다고 저한테 놀이동산 매직패스 끊어놓으라는 말 (어차피 당사자가 핸드폰 들고 다니는거라 제가 안된다고 거절)
얼굴 두번본 지인 집들이 하는데 식탁세트 사준다고 해서 저한테 잔소리 들었고요.
있는 척 할려고 폼을 잡는건지.
무슨 컴플렉스가 있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인들이나 가족들한테 대접받고 싶은 욕구가 아주 과한 사람이에요.
벌이가 아주 형편없었을때
신혼집은 다 중고가전으로 도배하고 에어컨도 중고벽걸이 사서 달던 시절에
시골 시댁 (좁디 좁아요)
나온지 며칠 안된 무풍에어컨 제일 비싼거 놓아드리고
우리는 두돌 애기랑 개 두 마리 키우는데
월세 아낀다고 (그것도 월 4만원 차이)
1층에서 엘베없는 3층으로 맘대로 계약한거에 거는 엄청나게 분노했고
시어머니가 효과도 보증못할 게르마늄 팔찌 사달라 하자 200만원돈 주고 사드린거
그래서 대판 싸웠지요.
근데 저는 남편하고 성인답고 주거니 받거니 이런 이렇고 저렇게
이렇게 대화해 본 기억이 없어요.
남편은 대화를 시작하면 뭐든 자기를 공격한다고 생각하고
버럭! 화를 내거나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아요.
저 월세 사건도.
우리 월세도 아끼면서 200만원짜리 팔찌 사드릴때냐 하니
갑자기 전화를 시어머니한테 걸면서
우리 인연끊으면 되겠네, 내가 엄마한테 전화걸게 해서
그 전화 못하게 막고 몸싸움 하느라고 시계를 건드려 깨져서 유리가 난리가 나고요.
그 외에 남들한테 돈쓰는건 제가 터치한 적은 없습니다.
어차피 자영업자라 제가 잔소리해봐야 숨어서 쓸거니까요 .
친구들, 후배들 술자리는 자기가 다 쏘는거 저는 알고 있고 그건 포기했고요.
시댁으로도 돈 많이 쓴거 알고 있습니다.
남편이 술에 취해서 고향집 절반이 다 자기돈으로 된거라나 어쩌고 하더라고요.
가족모임하면 마치 고모(남편 누나)가 쏜 것처럼 쑈를 해요.
자기 카드로 먼저 긁고 나중에 누나가 주기로 했다나
(아닌거 뻔히 알아요)
그래도 푼돈이니 모른척 했어요.
다른데 도박이나 여자한테 쓰는거 아니고 가족애, 동지애가 깊어 저러는거 어쩌겠어요.
그런데 얼마전 어버이날에 모임이 있었는데
남편이 시누 딸(시조카)한테 이러는거에요
삼촌이 너 서울에 있는 대학가면 차 뽑아준다고 했지?
전 그말도 들어놓고
아이구~~~ 요즘에 애들 대학가기 힘들어 부담주지 마 하고 그냥 만거에요,. 바보같이
생각해보니 넘 어이없잖아요.
저희집 외동 아이도 대학가면 차를 사줄지 말지 고민인 상황인데
조카 차를 뽑아준다니? 저랑 상의도 안하고?
분명 제가 뭐라 하면
아이~~뻥이었어~~
외숙모가 안된다고 하면 되지 뭐~~
장난인데?
이러면서 저한테 그거 가지고 지금 꼬투리 잡냐고 지랄발 광 할게 너무 뻔해요.
돈이 많으냐?
자영업자라서 회사원에 비해 현금은 많이 있죠.
다만 서울 전세값도 안되는 지방 아파트 한채에 차량 소유 1대도 없이 그저 리스고요.
빚갚고 생활비하고, 가게 유지비 쓰고
앞으로 시부모님 요양비며 병원비 (지금도 독박이지만) 그런거 생각하면
우리도 빈곤노인 예약인데
저러고 있는 척 꼴깝하고 다니는게 깝깝한데..
그래요. 성향이 그렇다 쳐요.
어쩜 저한테만 저렇게 인색할까요?
저번 생일(결혼기념일과 며칠 차이 안남) 에 제가
목걸이 하나 샀을 좋겠다 했어요.
제 나이 40대 중반인데 변변한 악세사리 하나가 없어요.
워낙 힘들게 벌어먹고 사느라 바빠서도 그랬고요.
근데 일년에 한두번 중요한 자리 나갈때 너무 악세사리 없으니 초라해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악세사리 얘기를 살짝 꺼냈더니
순금 아니면 사지마. 그냥 이미테이션 사.
순금도 얼마나 예쁜게 많은데
(너무 가성비 스러운 말을 하더라고요)
남편에게만 돈 운용할 권리가 있는건 아닙니다.
저도 맘대로 돈 빼쓰고 카드쓰고 할 수 있는데요.
저는 가정경제를 위해 최대한 아껴쓰는 입장이고
결혼해서부터 최소 7~8년간 허리띠 바짝 졸라매고
생활비 50만원 이하로 살아온 버릇이 있어 함부로 제 물건을 사질 못했어요.
그래서 남편한테 선물해달라는 식으로 이야기한건데
순금 타령하길래 치사하고 더러워서 말았습니다.
본인은 사고 싶은 옷이며 , 물건이며 좋은 거 삽니다.
좋은거 사서 선물도 하고요.
남편이 돈을 쓰는건 상관없는데 저한테만 가성비인게 너무 서운하고요.
원래부터 저런 인간인데 왜 최근들어 이렇게 섭섭한지.
남편하고 리스인지는 아주 오래되었고요.
남편은 집에 오면 TV 아니면 게임..
밥시간되면 따박따박 밥처먹고 안마기 안마하고 잠자요.
저도 맞벌이입니다.
365일 설거지한번 안하는 모습도 질려버렸고요.
원래 부터 저런 인간이라
그냥 살던대로 살아야 되는데
요즘은 너무 표정관리가 안되서
제 옆에서 자기 아이스크림 먹었냐고 떠드는데 너무 멀미나서 손짓으로 저리 가라고 해버렸네요.
솔직히 돈열심히 벌고 아둥바둥 아끼면 뭐하나 싶고
자식 하나 있는데 저 이기적인 인간이 그래도 자식한테는 돈 쓰니까
전 그거 걱정 안하고 그냥 마음편히 무위도식 해버릴까도 생각중이에요
신체적으로 갱년기 증상이 좀 오던데 그 영향도 있을지.
공황장애,. 우울증 약 처방받아 먹고는 있습니다.
남편이 작은 일에도 빽 하고 소리지르는 것 때문에 불안장애도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불만이 있어도 아예 말을 안해요.
남편이 그렇게 소리질러 버리면 제가 대응을 못하고 또 유야무야 넘어가니까요.
이 긴글은 지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속이 답답해서 하소연해봤어요.
편안한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