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나날을 보냈어요
집에선 내내 자고 올해는 학교에 못 가거나 조퇴하는 날도 꽤 있었죠
병원 약도 먹고 한약도 먹으며 체력을 조금씩 올리고 있는 중인데
기분도 나아지고 있고 회복중이에요
어제는 거실에 나와서 저에게 와서 치대며 살쪘다고 놀리기도 하고
제 종교나 정치관에 대해 비판하기도 하고(이건 뭐 니가 알아서 찾아봐라 했어요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과정이겠죠)
친구 얘기도 하고 이리저리 까불까불 이야기를 하는데
늘 방에서 잠만 자던 아이가 거실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이 순간이 참 행복하더라구요
저 비만도 측정해야 한다고 놀리길래 남편 작업실에 데리고 들어가서 일러바쳤거든요 얘가 나 괴롭힌다고
남편이 물끄러미 아들을 쳐다보며 웃는데 그 눈빛에 너무 애정이 담긴 거에요
사실 남편과 아들이 사이가 안좋아요
서로 의사소통 방법을 모르고 스타일도 달라 아들이 아빠를 싫어했어요
그래도 어제는 아빠 방에 처음으로 들어가서 엄마가 뭐 어떻게 했다고 자기도 뭐 해달라고 막 쫑알거리는데
그렇게 아빠에게 먼저 말 붙인 것조차 처음이었거든요
그 전날 학교 상담에서 아이 성적 바닥인 것 확인했지만
지금 건강하게 내 곁에서 떠들고 까불고 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했어요
평범한 소시민의 삶이었지만 다시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가족으로 살고싶어요
부자 남편도 필요없고 공부 잘 하는 아이 아니어도 돼요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만족하며 살겠어요
작은 일이 선물같다고 느껴지던 순간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