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술 안마시고 살 수 있을까요?

뜻하지 않은 병에 걸려 우여곡절끝에 항암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오직 내 몸의 회복만을 생각하며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게 살아왔어요. 앞으로도 경구약을 복용하며 병의 재발을 막기 위해 관리하며 살아야 해요. 음식 조절하고 운동하며 사는 것은 기꺼이 하겠는데 다만 앞으로도 술은 입에도 못댈 걸 생각하면 삶의 즐거움이 사라진 느낌이네요. 신랑과 워낙 둘이 맛집 찾아다니고 지역 술 찾아다니며 여행했던 사람인지라 앞으로 음식을 먹는 것도 여행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걸까하는 우울한 생각이 드네요. 치료 과정에서 제 마음도 많이 약해져있는지 요즘 이런 비관적인 생각밖에 들질 않아요. 
주위에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부부동반 모임 자주했는데, 앞으로 그런 자리에서 나만 꿀먹은 벙어리가 될까, 나는 술 한잔 하고 좀 풀어진 모습도 흥이 있고 매력적인 사람이었는데 앞으로 그런 매력도 재미도 없는 사람이 될까하는 생각도.. 
그렇게 힘든 과정 겪고도 아직 술타령하는 모습이 한심해 보일 분도 계시겠지만 여름에 시원한 생맥주, 겨울에 뜨끈한 탕에 소주 한 잔은 앞으로 제 삶에 없을 거라 생각하니 갑자기 너무 슬퍼지는 거에요..가끔 저녁에 남편하고 반주 한 잔 하는 삶도 없겠군요.. 
항암 시작하기 전에는 이것만 끝나면 자유구나 싶었는데 끝나고 나니 이런 현실적인 제약들이 저를 또 짓누르네요. 
어떤 해답을 원하는 건 아닌데 날씨 좋은 오늘 아침 갑자기 넋두리가 해보고 싶어져서 글을 남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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