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어처구니 없지만 재미있었던 페루는 마추픽추!??

2017년 
페루 가자. 마추픽추 보러. 이 한 마디로 시작한 페루여행. 

일주일이 그리 긴 시간이 아니어서
여행간 도시에서 어슬렁거리기 좋아하는 저희는 
여러군데 가지 않고 수도 리마에서 2박 3일,
마추픽추로 가는 거점 도시 쿠스코에서 3박 4일 이렇게 보내기로 해요. 

쿠스코에서 마추픽추에 가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2박 3일, 3박 4일 코스로 잉카 트레일 하이킹
기차타고 슝~ 

저희는 아침 기차를 타기로 했는데, 5시 출발 기차가 9시가 되어도 출발을 안하는 거에요.
알고 보니 페루 전체에서 교사파업. 그리고 엄청나게 큰 나무와 바위로 철로를 막는 것이
페루 파업의 전통이더라고 하더라구요. 
이 걸 어떻게 해야하나. 
마추픽추는 하루에 일정인원만 들어갈 수가 있고, 몇 달 전에 예약이 마감인데
내일이면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쿠스코에서 외곽으로 나가는 큰 도로도 돌로 막혀 있고
전세계에서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모인 모두가 역 대합실에서 망연자실
오후 12시가 넘어서야 겨우겨우 돌을 치우고 기차에 탑승했는데..
한 1시간 잘 가나싶더니... 기차가 또 멈췄어요. 
그 사이에 돌을 또 쌓아놓았대요. 어쩜 선생님들이 부지런하고 실행력도 좋고.. 
드디어 사람들 사이에서 실성한 자가 나와서 웃기 시작하고
저희도 그렇게 같이 미쳐서 웃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도착해도 마추픽추 밤에 문 닫는 시간
마추픽추에 야간개장은 없대요.

그렇게 페루 갔다가 마추픽추 보지 못하고 온 우리 두 사람. 

전쟁같던 코비드를 겪고 작년에 다시 한 번 페루와 마추픽추에 가기로 해요. 
마추픽추는 못 봤지만, 페루가 정말 좋더라구요. 
이번에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쿠스코 마추픽추 일정을 제일 처음에 넣어 놓았어요. 

대망의 등반 전 날, 더 좋은 기차 시간표가 혹시 취소되어서 나온 것이 없을까 하고 
뒤져보니, 오! 저희가 예약한 시간보다 훨씬 좋고 저렴한 표가  있어서 재빠르게 예약을 다시 했어요, 
신나서 남편을 깨워서 자랑하는데, 특가 예약이니 뭐니 이런 것 절대 성공 못하는 제가 
의심스러웠던 남편이 이리저리 서류를 보다가 비명을 질러요. 

왜 왜 무슨 일이야
대답을 못해요. 무슨 일인데
나 마추픽추 관람일 예약하고 그 다음에 기다려서 결제해야 하는데, 그걸 안했나봐
무슨 소리야. 지난 번에도 당신이 했잖아. 그 때 잘 했잖아
그럼 마추픽추 진짜 예약이 안된거야?

하하하 하하하
처음 아니고 두 번 시도하는 건데. 하하하. 마추픽추 너란 녀석 하하하

그런데 
저에게는 해결할 일이 또 있었어요. 
새로 예약한 기차표 포함 8장의 티켓
일단 예약하고 역에 가서 시간 변경하려던 것인데

이제 이 녀석들을 보내줘야 해요. 
과연 환불을 해줄까
기차 운임이 대략 800불 가까이 되었어요. 
난 왜 일찍 일어나서 안하던 짓을 한거지

역에 가서 몇 장 만이라도 환불해 달라고 사정을 해보자 하고 
사무소에 들어갔는데, 분위기가 쏴~해요. 
뭔가 일이 있는 듯 한데

저보다는 더 불쌍한 척 잘하는 남편을 쿡쿡 찔러 앞으로 보내요. 
사무소 소장님과 남편과의 은밀한 대화
그라시아스 

소장님 왈 내일 기차가 하루 동안 파업한대요. 
이번에는 도시가 파업이 아니라 기차가 파업. 
그래서 원래 하루 전은 전액 환불이 안되지만, 환불을 다 해주겠다고
내일 왔으면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을텐데 운 좋았다고 

사실 환불보다 더 좋았던 것은 남편에게 이유가 생겼다는 것
결제버튼을 누르지 않아서 마추픽추에 못 간 것이 아니라 
파업 때문에 못갔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난 머저리가 아니야 할 수 있는 것 소곤소곤
녀석.. 결혼하기 전처럼 환하게 웃더라구요. 

그 다음날 
쿠스코 시내는 기차파업으로 마추픽추에 가지 못한 사람들로 가득찼어요. 
코앞에서 마추픽추를 가지 못한 것을 한탄하는
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두 번 째라며 맥주 한 잔 두 잔 
마시다가, 햇볕이 너무 좋은 광장 한 가운데서 
둘이 체스를 두 면서 깔깔거리며 웃었어요,
내년에 페루 또 올 수 있겠다 하면서 

누구 말처럼 실패한 여행이 더 기억에 남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동은이네 커플보다 저희가 먼저 공원에서 게임하면서
놀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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