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시골살이 : 열무 국수의 계절이 왔어요.

제가 어디사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는 전라도의 시골마을에 있습니다. 

전라도는 맛으로 유명한 곳 아니겠스니까. 
저는 여기서 먹부림을 하느라 살이 무럭무럭 찌고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주 2-3회 꼬박꼬박 운동을 했는데
여기서는 운동도 안하고 
먹고만 있으니 
손으로만 만져봐도 심각함이 감지됩니다. 

그치만 날은 너무 더워져서 
지난번처럼 8키로 걸으려고 했다가는
그냥 119에 실려갈 판이구요. 

이와중에
어제는 열무국수 맛집을 발견했습니다. 

동치미인지 야채육수인건지 
맑고 시원한 육수에 
열무국수척 얹고 
다대기에 깨소금 팍팍 얹었더라구요. 

원래 먹지도 않던 아침도 먹은 날이라서
정말이지 
이러지 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침맞고 나오고 나니 
이럴때 허하게 있으면 안된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식당에 자리가 없습니다. 
시골엔 맨날 새참먹고 
집밥 해먹을것 같은데 
할머니들 할아버지들 일하시는 시장아저씨들 삼삼오오
국수 먹으러 오셨네요. 

주인 아주머니께 밖에서 기다리냐고 
여쭤보니 그러라고 해서 
그랬는데 

나중에 보니 
뒤에 온 사람이 그냥 들어가서 
자리나는대로 앉았더라구요. 

밖에 있으면 안되는구나 하고 
안에 들어가 있었는데 
다 먹은 테이블 아저씨가 
여기 앉으세요. 하머 자리를 떠나셨습니다. 

아직 식탁이 안치워져서 가방만 의자에 내려놓고 
옆에 서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슬로우모션으로 걸어오시는 할머니께서 
들어오셔서 
그냥 앉아버리더군요. 

다행히
곧 다른 자리가 나서 그쪽으로 가서 앉았습니다. 

시골에서 빠르게 앉아서 밥먹으려면
도시와의 다른 매너가 필요합니다. 

이름 적어놓고 밖에서 기다리세요.
식탁 치워지면 앉으세요. 
라는 말에 익숙한데 그런 식으로 하다가는 제때 밥도 못먹게 생겼습니다. 

이동네 국수집에서는 곱빼기가 없습니다. 
그냥 많이주세요. 하면 많이 줍니다. 

얼마나 많이주냐면
5천원짜리 국수에 
그득 면을 담아주고도 사리로 더 나오는 걸 여러번 봤습니다. 
(이곳은 집에서 차로 25분 거리)

저는 키가 작아서 
저를 스캔하시고 국수양을 정하셨을텐데 
사진 찍어보내면 사람들이 곱배기냐고 물을 정도입니다. 

너무 맛있어서 
얼굴 박고 다 먹었습니다. 

원래는 이 국수집 말고 다른 국수집을 더 마음에 두었었는데
이날의 선택은 너무나 성공적입니다. 

오늘은 원래 마음에 두었던 국수집을 가려고 합니다. 
어제간 국수집은 7000원인데 
오늘은 5000원짜리 국수집을 가려고 합니다. 

딸아이가 하원하면
같이 가서 냉국수를 먹으려고 계획중입니다. 

또 국수 먹으려니 
양심이 없어서 
오늘은 그동안 꿈꿔왔던 시골생활의 로망
혼자서 운동하기를 했습니다. 

힙으뜸의 아침 스트레칭
요가소년의 태양의 경배로 몸을 풀고 

로얄 발레단의 발레 bar 순서로 운동을 하고나서 
아랫배 빼기 7분 운동을 검색해서
운동을 했습니다. 

여기서 발레학원을 가려면 1시간을 운전해서 가야합니다. 
저는 발레를 10년 넘게 배워서 아주 잘 맞는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특히 저는 곰같은 뱃살을 가지는 체질이라
운동을 안하면 뱃살이 말랑 말랑 D자형에 수렴합니다. 

아픈 허리와 고관절이 낫고나서 
근처 학원으로 갈 예정이라서 

오늘 꼭 국수를 먹겠다고 
열심히 운동을 했습니다. 
날이 벌써 덥습니다. 

운동을 하고나면 
힘들어서 먹을 기운이 없다는게 다행입니다. 

이제 2시간만 버티면 딸이 하원을 하니 그때까지 참았다가 
오늘은 첫끼를 영접하려고 합니다. 

이른 아침 재활용쓰레기 버리러 가는 길에
(밭을 지나서 300미터는 걸어서 가야합니다. ) 
약치는 농부님께 이거 무슨 약이에요 라고 물어본거 말고는 
아이를 보내놓고 하루종일 한마디도 안했군요.  

.......

시골 생활을 시작하기전에 
여기저기 검색해봐도 

사실 어떤지 글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궁금해할 누군가를 위해 
별 재미없어도 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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