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씁쓸한 어머니날

미국은 어제 어머니날이었어요. 한국 어버이날 못지 않게 성대하게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집은 남편이 이틀 전에 생일이어서 엄청 비싼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도 했고 (같이 내자는 걸 제가 다 냈음) 남편 생일 선물로 돈도 많이 썼고해서 아이랑 남편한테 그랬어요. 나 준다고 선물이나 꽃다발같은 거 사지 말고 또 레스토랑 예약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걸 해달라고요. 딱 두가지. 나랑 같이 동네 근처 산에 가볍게 등산가기. 그리고 둘이 알아서 마음에 드는 화분 하나씩 사다가 마당 꽃밭에 심어주기.

점심 시간 지나도 각자 컴앞에 앉아서 안 움직이길래 저혼자 부랴부랴 도시락을 싸고 두 남자를 재촉해서 산으로 갔어요. 동네 미장원에 갔더니 아주 쉽고 좋은 하이킹 코스가 있다고 가보라고 지도까지 그려주길래 처음 가본 건데 지도가 애매해서 좀 헤매긴 했지만 다른 등산객들 따라서 정상에 쉽게 올라갔고 자리깔고 도시락도 먹고 사진도 찍고. 제 마음속에선 오케이 한가지 소원 클리어. 이제 내려가서 화분사러 가야지~ 그랬는데 내려오는 길을 잘못 찾아서 빙 둘러내려왔어요. 차까지도 멀리 떨어진 엉뚱한 출입구로 나와서 한참을 더 걸어야 했고요. XXL를 입는 고도비만의 남편은 컴퓨터 타자칠때 손꾸락 움직이는 거 말고는 몸을 쓰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 원치않던 하이킹을 두 시간하고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길 한가운데서 저한테 고함을 고래고래 질렀어요. 그리고는 바로 집에 와서 쓰러져 자고요. 

저녁에 아이가 배고프다고 라면끓여달라길래 남편도 먹으려냐고 물어봤더니 달래요. 스테이크 구워 올려서 두 남자 라면 끓여주고 페북에 보니까 남편은 제가 며칠전에 직장에서 받아온 카네이션 바구니를 어머니날 선물인 것 처럼 사진 찍어서 올렸네요. 나쁜 * 아무리 쇼윈도 부부라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그깟 선물이 뭐라고 카드 한장 못받은 게 뭐 대수라고 써놓고 보니 제가 쪼잔한 것 같지만 마음이 참, 헛헛하네요.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