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자신의 친 언니가
모아놓은 돈도 하나 없이 덕질만 일삼고 있다는 글에
지나가듯 슥 달린 댓글에 갑자기 머리가 딩~ 했습니다.
.. 저렇게 살다가 빈곤한 노년층 되면 또 지원금 받는다..고.
정치적으로 단 한번도 보수(... 라 쓰고 그냥 친일계) 정당을 지지한 적이 없다 못해, 오히려 농반진반 아임 좌빨~ 이라고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보편적 복지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미래 세대를 키우는데 드는 비용은 당연히 나도 부담해야하는 게 맞다고 여겼고,
국가는 시장경제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 개입으르 통해서 사회의 분배에 관여해야한다고 믿었구요.
고만고만한 학교를 나와서,
고만고만한 직장에서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일했고,
감사하게도 어릴 때는 급여가 적지 않은 편이었어서
라떼~ 다 그랬듯 2,30대에는 뼈를 갈아넣어 일을 하면서
착실히 저축도 하고 내 집 마련도 하고,
그렇게 늙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금융사에 이런저런 서류를 제출할 것이 있어서
1년치 소득명세서를 자세히 들여다 볼 일이 생겼습니다.
- 직장인들 다 아실거에요, 사무실 경리 언니가 계산기 두드려서 주는 게 아닌 규모있는 회사라면 그냥 그랬구나로 늘 통장에 찍히는 돈만 보고 산다는 것.
제 연봉이, 제 생각보다 많이 높았습니다.
지금 차근히 한번 살펴보니,
월급여 중 실 지급액이, 70% 가 조금 넘는 수준이네요.
어마어마한 금액을 세금과 각종 공제로 내고 있고.
게다가 기본급이 낮아서 퇴직금은 헛웃음 나는 수준이고.
최근에 취미로 알게 된 사람들이,
지출에 거리낌이 없는 편이라 다들 경제력이 좀 되는구나 했어요.
- 고가품을 소비한다기보다, 소소하게 아끼는 느낌이 없어서. -
그런데 연간 고정 이자 받는 것처럼,
너무 당연하게 근로소득 장려금을 받아서 쓰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현타가 쎄게 왔습니다. 한 둘이 아니었어요.
- 자영업이나 다른 일들을 해서 소득과 세금이 일치하지 않음
근로소득 장려금은, 정말 한 가구에서 일해서 번 돈이
생계비에 못 미칠 때 지원하는 것이라 여겼고,
받아본 적은 커녕, 근처도 못 가봤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엄청 지지하고 자랑스러워 했던 정책이었는데
그게, 이 사람들의 취미 생활비로 쓰였다니.
평생 비슷한 사람들 - 직장인- 사이에서 살아와서 그런지
이게 한 개인의 케이스일거야.. 라고 생각이 안되고,
갑자기, 나는 그동안 그렇게 개처럼 일해서
세금내고 공제내고 했고, 누군가는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게.
물론, 냉정하게 금액으로 말하면
그들이 (그것도 가구당) 1년치 장려금으로 받았다는 돈은
제가 낸 (이라고 쓰고 뜯긴) 세금과 공제 2,3개월 정도 지만,
어디서 부터인지 충격이 크네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갑자기 제 상황이 바뀐 것도
제도가 바뀐 것도 아닌데
이런 심경의 변화가 어디서 시작이 되었는지,
그 동안 적잖이 쌓였던 것들이 이제서야 무게감이 느껴진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게 옳다고 지지하고 믿었던 신념 말고,
나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옳은 것이어야 하나.
생각이 많아집니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