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공부하러 왔다가, 지금은 남편이 된 자를 만나서 공부 빼고 다 하던 시절이었어요.
그 당시 남편의 절친은 샌프란시스코가 고향인 친구였는데,
대학을 이쪽으로 와서 다 같이 친하게 지냈어요. 그러다가 이 친구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이 곳이 버거워졌는지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간다는 결심을 했어요.
꼭 운전해서 돌아가고 싶은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남편에게 부탁하고
남편은 저에게 너 미국 구경 제대로 할 기회라고 같이 가자고 하고
그런데 저희 북동부에 살거든요.
여기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줄 그으면 가장 긴 줄이 나올 수도 있는 거리인데...
그 때만해도 한창 때여서 그래 가자. 같이 가자 했어요.
운전하다가 유명한 레스토랑도 가고, 지나는 도시 랜드마크도 들리겠지 하면서.
그런데
하루는 24시간이고 우리는 3명이었어요.
이런 것을 3교대라고 하나요.
고행하는 자들처럼 시간 아낀다고 패스트 푸드만 먹고
쉬다가 교대하고, 그러다 자고... 게다가 차에는 시디가 2장 밖에 없었어요.
클리블랜드, 시카고를 거쳐서 ... 캔자스... 옥수수 또 옥수수 그리고 옥수수
도로시는 회오리바람이 반가웠을 수도 있겠어요.
제가 아직도 직진만 잘하는 것은 이 때 각인된 직진본능 떄문인 것 같아요.
이틀 반을 차에서 지내다 네바다에 들어오니 차라리 사막이 얼마나 반갑던지
그 때까지 아무도 카지노에 가보지 않았고, 고향 돌아 가는데
좀 깨끗하게 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설득하여
라스베가스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는데,
뭘 할 수 있었겠어요.
그냥 정말 푹 자고, 깨끗이 씻고,
도박과 유흥의 도시 라스베가스를 바티칸에 온 것처럼 그렇게 정결하게 떠났네요.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이프 유 고잉 투 샌프란시스코 그 샌프란시스코
근데 왜 도시가 아니지... 이 친구의 집은 러시안 리버 밸리, 유명한 와인 산지
그 때만해도 미국 와인 지역은 나파밸리 밖에 몰랐었는데.
도착하니 여기저기 와이너리 와이너리
세상에 옆 집 아저씨도 와이너리를 가지고 있고, 온 동네 가족 친구들이 와이너리에서 일하는 삶은
이런 것이구나
와인이 강물처럼 흐르는구나
옥수수밭을 건너서 와이너리를 만나니
우리는 모두 정신을 잃었어요. 젊었고, 쓸데없는 고생했잖아요.
그날 이후 저는 근 3년간 와인을 마시지 못했어요.
돌아갈 때 또 운전을 해서 가야했다면, 지금 이 사람과 같이 살고 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앗.. 운전을 해서 돌아갔어야 하나.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저는 일요일 밤을 마감할께요.
월요일 점심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