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오지랖의 최후

여행을 떠나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 괜찮은 모자들을 파는 가판을 봤습니다. 휴게소 물건은 별로 신뢰 안하는데 그곳은 프리마켓 같은 느낌으로 물건을 전시해 놓은 곳이 꽤 있더군요. 여행을 가는 길이니 모자를 볼까 싶어 서성이는데 옆에 구경하고 있는 여자가 쓴 모자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검은색에 리본이 달려있는데 딱, 내 스톼일. 

저는 열심히 가판에서 그 모자를 찾았는데 안보여서 그거 하나밖에 없나보다. 여자가 내려 놓으면 써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다른 걸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자는 그 모자를 내려놓지 않고 다른 모자 두어개를 써보더군요. 아무리 봐도 그 모자가 예쁜데 여자는 다른 모자를 쓰면서 남편에게 봐 달라고 불렀습니다. 저는 옆에서 한 두개 써보다 그만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말았습니다. 

정말 나이들면 입술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이는지 손가락으로 검은 모자를 가리키며 툭 튀어나온 한 마디!

"그 모자가 제일 예쁜데요."

모자를 써보던 여자는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하더군요. 

"이건 원래 제 건데요."

ㅠㅠ 어쩐지, 아무리 찾아도 그 모자가 없더라. 그리고 보니 여자의 모자는 가판에서 팔 수준의 모자가 아니더군요.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나의 오지랖에 당황한 여자는 자기 모자가 제일 예쁘다는데 다른 모자를 쓸 필요가 없다는 듯 그냥 가버렸습니다. 

아, 나는 정말 그 모자가 마음에 들었을 뿐이데. 순간 옆에서 보던 모자 상점 주인이 저한테 화를 버럭 내더군요. 남의 장사 방해한다고. 눈치없는 남편은 모자를 들고 이게 자기한테 어울리겠는데 하며 대드는걸 재빨리 내려놓고 남편 손을 잡아 끌었습니다. 

후다닥 뛰어가며 제 입을 쳤습니다. 정말 나이드는구나. 입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구나. 
이게 주책없는 건가 싶었지만 사전적 의미로 주책없다는 말은 줏대가 없다는 말과 동일하더군요. 그러니까 이건 주책이 없는게 아니고 오지랖의 최후일뿐 ! 

그런데 오지랖이 뭔지 아세요?
오지랖은 윗도리 겉옷의 앞자락이랍니다. 앞자락이 너무 넓으면 남의 일에 지나치게 상관하는 사람이 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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