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도 당일치기 드라이브로 오는..
한때 커피도 분위기도 너무 좋았는데
공사를 해서 조금 제 취향에선 멀어저버렸어요
이곳에 가서 책을 신나게읽어볼까 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어쩐지 거기보다 여기가 더 좋은듯하여
포기하고 집에 머무르기로 했어요
오늘은 오전에 종일 집안을 쓸고 닦고..
이상하게 그런게 땡기더니
방바닥 걸레질은 기본이고
문짝 문틀과 손잡이
그리고 냉장고를 비롯 각종 얼룩진곳과
구석구석 먼지쌓은 곳은 모두 닦았어요
닦으면서 깨끗해지는걸 보는게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요
한번 삘 받으니 눈이 트여 그런가
온갖 곳이 다 보이고
베란다 철문도 빡빡
부모님 안방 장롱 옆면 밑면도 빡빡
주방 온갖 씽크대와 온가 선반과 문짝을
그야말로 반짝반짝하게 닦아냈어요
쓰던 걸레까지 깨끗이 빨아넣고
그사이 매일 입었던 교복같은 겉옷을
세탁기에 돌렸던것이 끝나서 마당적당한곳에다
펄럭펄럭 널었어요
세상에나 한시간도 안되어 다 마른거 있죠?
겉옷이라 두꺼워서 내일까지 안마르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밖에다 너니 이런 기적같은 일이..
펄럭이며 말라가는 바지와 티셔츠를 보며
온 사방 산들산들 바람에 나부끼는 풀들을보며
세상만물이 다 살아있는듯 느껴졌어요
그리고 자꾸만 착각하는것도 같은데
제게 인사하는것 같았어요
어서와 환영해 너를.
이곳에서 푹쉬면서 우리들 곁에 머물다 가렴.
심심했는데 참 반가워
두시간에 한번씩 오는 버스를 타고
인근성당에 미사를 드리러 가자니
가면 오늘 못돌아오는거더라고요
돌아오는 차편이 없어서 ㅋ
포기하고 오후는 완전 휴식중입니다
마당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허리받치는 앉은뱅이 의자 놓고서
등을 기대고 다리 쭉 펴고 앉으니
아우 그야말로 여기는 무릉도원입니다.
일단 따끈하고 푹신한 흙침대 위에 있는듯 해서
너무 놀랐어요
(맨땅이 이리 따끈따끈 폭신폭신한지 몰랐어요)
돗자리에 눕다시피 기대어 주위를 둘러보니
눈에는 온갖 종류의 초록이 가득하고
초록 생물들이 일렁이는 바람으로 춤을 추고 있었어요
선명하게 하얗고 빨갛고 분홍빛의 꽃들이
초록색 사이사이 군데군데
여왕처럼 귀족처럼 자리하고 있고
하얀 나비는 폴폴 귀엽게
새들은 상쾌하게 지저귀며 날아다니고 있고요
나라는 사람이 마치 그물로 만들어진 양
그 그물 사이사이를 바람과 햇빛이 드나면서
바람으로 시원하게 말리고
따뜻하게 환하게 빛을 비추는거 같아요
마음 사이사이 까지도.
어릴때 할머니께서 빨래를 말리면서
태양볕에 일광소독되는거라고 하셨는데
그 단어가 생각나네요
일광소독.
햇볕은 빨래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소독해주는거라는걸
할머니도 아셨을까요?
이제 태양과 대지
그리고 그 사이를 메우는
바람과 풀들 사이에서
저는 실컷 멍때리려고요
무아지경이 되고 싶다는..
그러다 그것도 지겨우면
저를 며칠째 기다리고 있는
저를 격하게 반겨줄
책들을 본격적으로 읽을거예요 ㅋ
이대로 누우니
등에는 대지의 기운이 느껴지고
눈에는 오직 하늘만 한가득 보이고..
저는 그냥 폭 안긴 기분이예요
아 정말 너무 좋네요
이 단순한게 이렇게 큰 위로가 되는줄
어쩜 그리 몰랐을까요
이 간단한걸
도시에선 왜 그렇게 하기가 힘들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