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능 높고 여자아이라 티가 잘 안 났어요
저희 어머니는 지금도 내가 ADHD라고 하면 깜짝 놀라요
니가 무슨 ADHD냐고요.
근데 유치원 때부터 통제가 잘 안 돼서 선생님들한테 미움 샀어요.
몰래 벽에 낙서해서 혼나고요.
벽 낙서는 저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그림체가 제 그림체라 혼나면서도
내가 그린 게 맞나 알쏭달쏭했어요.
유치원 때부터 덧셈뺄셈 부호 안 보고 계산해서 실수 잦았고요.
좀 커서 중고딩 때는 친구들이랑 잘 지내다가도
저도 모르게 친구들한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해서 왕따 당하기도 했어요.
비밀을 툭 말해버린다거나, 뚱뚱한 친구한테 돼지야!라고 말한다거나..
돼지야,는 원래 동생이랑 서로 쓰던 애칭이었고 학교에선 써본 적 없는 말인데 장난치다 말실수로 나온 거였어요.
의도 없이 그냥 나온 말 실수요
이런 식으로 학교 공부 잘하고 잘 앉아 있고 어디 부러진 데도 없지만
늘상 삐걱거렸어요.
이게 생활 기능이 잘 안 되니 사춘기 이후 우울증이 돼요.
미루기도 잘하고 닥쳐서 동동거리니 늘 허둥대고..
우울은 무기력이 되고 대학교 때는 출석도 강제가 아니니 엉망진창이었고요.
일찍 알았으면 제 인생이 조금은 달라졌을 것 같아요.
지금은 전두엽이 아주 늦게 발달한 건지
이런 날 다독이며 살만해진 건지
아니면 문제가 발생해도 무시할 힘이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여튼 잘은 지내요. 하지만 지금이 되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자녀가 자꾸 뭘 깜빡하고, 자주 다치고, 친구 사이에서 혼자 천진난만하면
이게 학업만 문제가 아니니 꼭 병원 가고 더 좋은 방향을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