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친구네서 먹었던 밥....

좀 재수없지만 저희는 어릴때부터 잘 살았어요
그래서 치즈들어간 스팸이나 깡통 소세지 이런거 일상으로 먹고
노란 일제 보온도시락에 치즈 얹은 밥 싸가고 그랬거든요

근데 중학교때 친구가 자기 생일이라고 집에 가서 저녁을 먹자는거에요
마침 과외도 금지돼서 저녁에 할일도 없고해서 선물같은것도 안들고 쭐레쭐레 따라갔어요
친구 엄마가 그냥 밥상 하나 턱하니 쿨하게 놔주시고 갔는데 고기 뭐 기름요리 이런거 하나도 없는 그냥 밥상...
근데 세상에 ...지금도 그 도라지 초무침 맛이 생각나요
아삭아삭 새콤달콤...게다가 건더기도 별로 없이 뿌옇게 가라앉은 된장국은 정말 여태도 그런거 못찾아본 맛이에요
거기에 밥 말아서 도라지 더 달라고 ㅎㅎ 두그릇을 먹고
다음 학년에 뭔가 삐져서 그친구랑 멀어졌는데 지금도 원효로 지날땐 그 친구네 밥이 그리워져요

또 한 친구는 방과후에 뜬금없이 자기집에 가자고...
거기가 서울역 주변인것 같은데 세상에 암벽등반 하는줄 알았어요
친구 집도 어마어마한 돌 축대가 있는 108계단정도 되는 꼭대기 집이었는데 그냥 거기 앉아서 물한잔도 없이 놀고 있었거든요
근데 친구 동생이 노랗게 삭은 마늘쫑을 가져와서 밥도 없이 그냥 먹으라는거에요
친구가 얘는 이런거 안먹어 하는데 저는 이거 뭐가 대박이다 싶어서
집어먹기 시작했어요
와 정말 식감에 짠맛에...미쳤더군요
그걸 무슨 과자처럼 한소쿠리 다 먹었는디 걔네 엄마가 짜지도 않냐고 놀래시던 기억이 ㅎㅎ
저희는 무슨 까닭인지 집에서 마늘 생강을 안먹었는데 거기서 신세계를 접한거죠
그 친구는 계속 마늘쫑 도시락반찬을 싸왔고 전 계속 그거 먹었구요
요즘 마늘쫑 철이 되니 그 친구 생각이 나요
어릴때 소아마비 앓았다는데 그 산동네는 어떻게 다녔을까 싶고 ㅠ
야간 고등학교 가서 사환으로 일한다고 월급타면 저 파이빵 사준다던 친구 ㅠ
어릴때 친구들 너무 보고싶네요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