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시골빈집 4일차) 오늘도 바다..

안녕하세요
오늘 벌써 4일차가 되다니 시간이 꿈결같이 흘러가네요
이렇게 매일 글을 쓰리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절로 이렇게 되어있네요
82쿡. 이곳의 묘한 매력에 끌려와 십수년째 죽순이지만
그래도 여행지에서 매일 글을 쓰게 될줄은 몰랐어요

첫날 무서워 벌벌떨때 저의 안위를 걱정해주시는 따스함에 고마움에 보답차 쓰다가
이제는 저도 조금씩 즐기는것 같아요ㅋ

어젯밤엔 꿀잠을 잘 자고 오늘도 바닷가에 왔습니다
어제 바닷가에서 몸을 잘 풀어서(?) 그런가
비로소 처음으로 잠 같은 잠을 잘수가 있었어요

무서움도 이젠 많이 사라지고
밤에 잘때 불도 다 끌 수 있었고
처음으로 티비도 안틀고 깊은 잠을 달게 잤습니다.
풀벌레 소리도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고
밤의 적막함도 이제 익숙해졌다고나 할까요

어제의 그 기분을 못잊어서 오늘도 바닷가에 왔는데요
오늘은 어제보다는 흐리고 다소 추운 날씨여서
약간 쿨한 느낌 살짝 스산한 분위기도 감도네요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는데 바닷물이 얼음장 같더라고요
어제는 시원했는데.. 오늘은 쨍하니 엄청 차가와요
이렇게 맨발로 바닷물 적셔가며 걷는 사람도
보니까 저밖에 없어요 ㅋ

같은 장소 같은 사람 같은 바다 같은 모양의 파도인데
이렇게 다른 느낌이라니..
참으로 신기합니다
나 오늘은 이런 기분이야.. 하고 바다가 말을 건네는 거 같아요
바다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느껴졌어요

오늘은 집에서 조금 먹을거리를 준비해왔는데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어제 시장서 사온 미나리로
전을 부쳤어요
미나리전과 달콤한 참외 그리고 삶은 계란.
그리고 봉지커피 3개 타서 보온병에 넣어왔어요
단디 준비하고는 오늘은 더 더 즐기고
완전 릴렉스 하리라 마음먹었는데
아.. 와보니 그렇지가 않아요
참외를 먹기엔 추운 날씨;;
오늘은 컵라면이 생각나는 딱 그 뉘낌ㅎㅎ

역시 삶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구나.. 을 느끼면서
역시 뭔가 의도하고 계획하고 준비하기 보다는
우연한 행운 그런 것에서 더 기쁨을 느끼는 제 자신을 알수 있었어요

모든걸 내려놓고
신꼐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대로 받으리라
내가 알수없는 깊은 뜻이 있으리라.. 하며
하느님의 다른 모습인 모든 세상만물에 순종하는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제가 이걸 못해서 그렇게 호되게 혹독하게 두드려맞았지요
여러번 같은 패턴으로 삶에 얻어맞으면서도
잘 몰랐어요. 잘 알수가 없었어요

불굴의 의지로 삶을 극복해내리라..
오로지 이 한 방식만 알던 저는
다른 방식으로도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알수가 없었거든요

어릴때 반짝 주변의 관심을 받았다고 해서
저라는 인간이 굉장히 잘난줄 알았던거 같아요
마음만 먹고 의지만 굳세게 하면
뭐든 다 해낼수 있다고 믿었던 저였으니..

성당에 매주 나갔으되 하느님을 전혀 모르던 시절이었고
지금보면 그때는 참으로 교만한 저였어요
지금도 순간 순간 정신줄 놓으면 자꾸만 그렇게 되기도 하니
늘 정신차리고 깨어있으려고 합니다


어제보다는 좀 더 전문적인 몸놀림으로
돗자리도 펴고 좌르륵 셋팅도 빨리 해놓고
진한 커피를홀짝이며
어제와는 사못 다른 새로운 바다를 즐기고 있습니다...

무릎까지 걷어올린 바지 아래 틈으로
솔솔 불어들어오는 솔바람이
살짝 살짝 춥게 느껴지네요

오늘 바다와의 조우는
짧은 만남으로 끝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오늘 오후엔 저녁엔 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궁금 궁금..
낯선곳에 대한 무서움이 가시니
기대와 설렘이 생기네요.

뭐가 오든 받아들이기 연습을 해보려구요
어떤 상황이 되든 즐거움이나 기쁨을 찾는 연습을 해보려구요

빅터 프랑클의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에서 읽었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 그거였어요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현장을 경험하면서도 살아남은 저자인데요
(나중에 저명한 정신과 의사가 되었어요)


온갖 끔찍한 생체실험의 대상이 되어
주변사람들이 온통 죽어나가고
본인도 당장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런 상황..  
그러한 참혹한 죽음의 수용소에 갇혀있으면서도
문득 밤하늘을 보며 아름다움을 발견해내고 느끼며
기뻐했던 그 장면이요.  

주어진 끔찍한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마음의 자유를 쟁취한 바로 그 순간이라고 해야할까요

상황이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주어진다고 해서 인간이 꼭 그런 반응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인간은 기계적이고 노예적인 반응만 하는 꼭두각시가 아니라는 것.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반응을 할지 어떤 마음을 가질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그것이 바로 진짜 인간의 자유라는 것이죠.  

자유 자유 자유

맞아요 제가 늘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어요  진정한 마음의 자유를 저도 누리고 싶습니다.  마음의 노예가 아니라 마음의 주인이 되어 자유롭게 사는것. 그것이 저의 가장 큰 소망이예요

앗 오늘은 뜬금없게도
바다에 와서 저의 소망을 확인했네요?

저의 가잗 큰 소망이 이런것이었을 줄은 몰랐는데..
쿨한 바다 덕분에 주절주절 글쓰다가
저에 대해 좀 더 잘알게 되었어요 ㅎㅎ
고마워 쿨한 바다야♡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네요..

이제 미나리전을 만나러 가볼께요ㅋ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