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남편이고 자식이고 오만 정이 다 떨어져요

혼자 사는 시누이가 뒤늦게 코로나 걸렸다네요.
저는 시집에 이십년 하녀처럼 봉사하다가 더 이상 못하겠다고 작년에 연 끊었어요. 그동안 있었던 일 10프로만 얘기해도 다들 안믿을 정도에요. 그런데 남편이 자꾸 뭘 보내라는 거에요. 혼자 사는데 얼마나 힘들겠냐고요. 근데 작년에 아이가 코로나 걸리고 바로 제가 걸렸을 때 제가 쿠팡, 컬리로 주문해서 먹고 버텼어요. 남편은 밥 한 끼 차려준 적 없고 뭐하나 사온 적 없고 제가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밤에 주문해서 새벽에 샌드위치나 유부초밥 같은 게 배송되면 그거 먹고 출근했어요. 그 전에도 제가 아파 몸도 못가눌 지경이 서너번 있었는데 단 한번도 병원에 동반한 적이 없고 심지어 본인이 운전한 차에 제가 동승했다가 교통사고 나서 응급실 같이 갔는데 자기 진료 먼저 끝났다고 새벽 2시에 먼저 집에 가더군요. 남편은 단순 타박상이었고 저는 뼈에 금이 간 것 같다고 추가 검사하라 했었거든요. 그래서 나 아팠을 때 가족 있어도 도움 된 적 없다고 하니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며 시누이는 아무도 없으니 뭐라도 보내줘야 힘이 날 거라네요. 자기중심적이고 뻔뻔한데 그게 부인 한정이라는 게 기막혀요.
친정 부모님을 어버이날 뵙고 식사했는데 용돈 드리고 영양제 두 통 샀어요. 제 아이가 친정에서 유일한 손주라 정말 사랑 많이 주셨고 지원도 많이 해주셨어요. 아이도 그걸 알고 외할아버지 돌아가시면 자기가 정말 허전할 것 같다는 말도 했었어요. 그래서 아이에게 영양제는 네가 산 걸로 드리자고 하니 자기가 사지도 않은 걸 왜 그래야 하냐고 하더군요.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 마음 좋으시라고 하는 거라 하니 어버이날은 각자 부모 챙기는 날 아니냐더군요. 애는 그 날 카네이션 화분 하나 사왔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선물을 따로 챙기라는 것도 아닌데 제가 준비한 선물에 이름만 얹으라는 건데 애 심성이 저런 건지 내가 잘못 키워 저런 건지 오만 정이 다 떨어지네요. 그 날 할머니 할아버지는 대학생 손주 어린이날이라고 용돈 두둑히 주셨는데 그건 넙죽 잘 받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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