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이 어디까지 받아줘야할까요(정신과 의사의 조언과 현실사이)

고 2여아 입니다.

자랑을 하고자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진짜 열심히 키웠습니다. 이번에 아이 풀배터리 심리 검사했고 거기서도 직접적으로 부모의 헌신적인 육아와 보호적인 환경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정도였고요. 아이 스스로도 엄마가 참 열심히 자신을 키웠다고 말합니다. 정말 최선을 다해 제 내면에 있는 것 다 끌어내고 없는 건 억지로 만들어서까지 상처주지 않고 곱게 잘 키워보려 노력했습니다. 제 노력을 알아달라 또는 치하해 달라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그리고 저의 최선이 바로 아이에게 최고가 될 리 없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어요. 다만.

아이가 우울증과 무기력, 불안증세로 힘들어하고 있고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약을 먹기 시작한지 한달쯤 되었습니다.
정신과 치료와는 별개로 엉망진창인 식습관과 생활습관(이에대해서도 변명할 말 많지만 일단 지금 당장의 현실에 집중하기위해 말을 아낍니다)등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게 느껴질만큼 체력이 바닥을 친지라 아이의 신체적 건강을 회복해 주고자 노력중이에요. 위염 치료와 더불어 위기능 회복을 위해 진짜 다이어트 후 보식단계같은 식단으로 하루 세끼를 먹이고 매일 한시간씩 아이와 같이 걸어요. (하루 8,000-10,000 보 같이 걷습니다) 이것도 첨엔 40분으로 시작해 일주일에 5분씩 걷는 시간을 늘여 지금은 한시간이에요. 아이는 위염 치료와 식습관 회복, 걷기 운동에 협조적이고요. 네, 그 협조적인 태도만으로도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는 중이에요.

그러나 그와 별개로.
그 한시간동안 아이가 쏟아내는 부정적인 감정이 저를 너무 힘들게 합니다. 또한번 말하지만 저의 최선이 곧바로 최고로 인정될 수 없음은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정말 아이 상처주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생각하는데 아이는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몇가지 일들을 이야기 합니다. 네, 저도 알아요. 부모의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이 2차 상처가 된다는 거요. 그래서 매번 그랬니? 미안해. 엄마가 그래선 안되는 거였는데 네게 그랬구나 정말 미안해. 라는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죠.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거나 없는 일을 만들어낸단 생각은 안합니다. 다만 이 아이가 첫째고, 둘째가 어릴때 발달장애 증상이 꽤 심각했고, 저는 진짜 말 그대로 독박육아를 했어요. 말 안통하는 해외에서 6년간 남편은 이주에 한번 또는 한달에 한번 때론 2-3달에 한번 집에 왔고요.
두살 터울의 아이 둘을 둘째가 백일이었을 때부터 만 6세, 우리 나이로 7살, 9살이 될 때까지 혼자 진짜 말 그대로 오롯히 혼자 키웠습니다. 그 와중에 둘째는 꽤 심각한 발달장애로 말도 안통하는 그 나라에서 이 브로큰 잉글리쉬로 애 들쳐업고 치료실 다니고 큰애 국제학교 다니고. 저라고 뭐 제정신이었겠습니까. 그 과정에서 큰애가 상처가 많았겠거니 생각하면 네, 제가 받아줘야죠. 저도 그 시기를 제가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서서 생각하면 아득하기만 합니다. 몰랐으니 닥치는대로 헤쳐나갔지 그럴걸 알았으면 엄두도 못냈을 시절이에요. 대체 어떻게 버텼을까 싶어요.

그러나 그건 모두 엄마인 제가 감당할 일이고, 아이는 아이 나름의 상처가 있다고 하면 동생의 발달장애나 독박육아의 환경이 변명이 될 순 없죠. 엄마가 힘들었으니 니가 이해하란말 저도 치떨리게 싫어하는 말입니다. 엄마는 성인이고 애는 여리디 여린 아이였으니까요.

그래서 아이의 부정적 감정을 최대한 받아주려 애쓰는데(제가 우울 불안 약을 먹고라도 평온하게 받아줄 생각인데) 이번엔 아이 정신과 샘 말이 발목을 잡아요.

정신과 선생님이 그러더군요. 소아정신과 전문 클리닉이라 저희 아이와 비슷한 증상을 가진 아이들이 많은데 물론 다양하지만 크게 두 범주로 나뉜대요. 하난 가정이 불안한 애들. 아빠가 거칠고 엄마가 무관심하고 경제적으로도 안좋고. 또 다른 범주가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화목한 가정에 너무 좋고 순한 엄마의 아이들. 아이 스스로 불안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법도 알아야 하는데 그 모든 불안 부정적 감정조차 엄마가 받아주고 대신 처리해주고 괜찮아 다독거려주는 아이들은 결국 자라지 못하고 퇴행한다고, 왜냐면 엄마품에 있으면 안전하니까. 제 아이가 딱 두번째 범주의 아이랍니다.

풀배터리 검사엔 웩슬러 지능검사가 포함되죠. 상위 5% 나왔습니다. 구조화된 인지 검사에서는 우수했으나 이어진 로샤 검사는 처참했어요. 의사 선생님은 이 아이의 정서 사회성 수준을 초 5-6(현재 고2임)정도도 잘 안된다고 하세요. 그러면서 엄마가 애를 좀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세요. 너무 받아주지 말라고. 아이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필요 없다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여기에서 저는 갈길을 잃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하면서 저도 아이가 퇴행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저는, 아이의 영유아시절 정황상 어쩔수 없이 상실했던 엄마의 관심을 지금이라도 채워주자는 생각으로 임했던 게 사실이고요. 부족한 걸 채워주면 앞으로 나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의사가 그러지 말라하니 어찌할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렴풋하게나마 느껴지는 엄마로서의 본능적 판단은 지금 내가 하는 것이 맞다, 뭐 얼마나 길게 이러겠나, 할만큼 하고나면 다음단계로 가겠지인데 전문가인 의사는 그게 아니다 라고 하니, 제가 잘못된 길을 걸어 아이를 더 나빠지게 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 근심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육아의 경험이 많으신 분들께, 아이의 이 시기를 거쳐온 분들께 자문을 구합니다.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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