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때 누가 선을 보고싶어 하나요.. 소개팅도 아니고..
그래도 한두번 만나다가 사귀고 나면.. 본인들이 소개시켜줘놓고 결정사 정보가 잘못되었거나.. 등등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헤어지라고 난리.. 이런 경우가 두번이나 됩니다.
그 과정에서 남친이 있는데 다른남자 만나보라고 해서 울면서 나가기도 했네요.
순한 딸은 아니라 짜증내고 화를 내면서도 부모님이 마음아파 하는 결혼은 하기싫어 순순히 뜻을 따랐던 것 같아요.
어찌저찌 선은 아니지만 제가 알아서만나 언니보다 결혼도 먼저 했어요.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저에게 정말 다정다감하고, 저희 부모님께마저 엄청 잘하는 우리남편..
넓은 집에 좋은 차에 사이좋게 잘사니 부모님이 볼때마다 뿌듯해 하시더라고요.
결혼한지 1년 2년.. 시간이 지나니 이제 임신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임신은 부부가 알아서 할 문제 아닌가요.. 원래 임신은 남편이랑 신혼을 즐기고 준비할 계획이었어요. 그러다가 차츰 준비하려고 병원도 다녀보고 하는 찰나에 압박이 최고조가 됩니다.
왜 임신 안하니. 너에게 무슨 문제있는거 아니냐, 미안해서 사돈얼굴을 볼 수가 없다, 시험관 해라 등등
임신을 제가 하기 싫어서 안하나요. 준비 시작하고나니 바로 되진 않더라고요. 제가 그런 소리 들으면 더 부담되고 스트레스 받으니 임신 얘기 꺼내지말라고 해도 잊을만 하면 한번씩 꺼내고..
그러다가 제가 결국 임신을 했어요. 친정 가서 말씀 드렸죠. 나 이제 임신했으니 더이상 나에게 바라지 말라고.. 나는 부모님께 내가 할 수 있는 도리 다했다고.
부모님이 원하셨던 대학, 직장, 결혼, 임신까지.. 늦지않은 나이에 주변분 자녀들과 비교했을때 자랑이 될 만큼 평균 이상으로 했어요.
결혼하고 나서도 삼남매중 젤 서러움 많은 둘째지만 늘 생신, 어버이날 같은 지역에 있는 제가 빠짐없이 챙기고 용돈 모아 드렸고. 아직 부모님은 남동생이 자진해서 전화오는 줄 알지만 생신때마다 부모님께 연락드리라고 제가 따로 연락한지 10년은 넘었습니다. 작고 크게 부모님 선물 끊임없이 사다드렸고 저희가족 해외여행 경비 및 인솔을 100% 다 제가 지원해서 다녀온 적도 있어요. 저는 결혼때 시댁에서 집을 다해주셨는데, 엄마가 언니 명의로 된 집 사줘도 되냐고 미안하다고 하셨을때 흔쾌히 그러라고 해서 집도 샀고요, 남동생은 저보다 결혼비용으로 3배는 더 들어갈 예정이에요. 돈걱정 하셔서 저는 결혼때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앞으로 절대 돈은 저에게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렸어요. 작은것에서 큰것까지 철없는 언니대신 K장녀역할 제가 다했어요. 아들바라기셨던 부모님이 이젠 아들보다 딸이 더 좋다고 하실 만큼요.
평생 부모님이 원하는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자 부족한 나를 갈고 닦으며, 감정을 짓눌러가며 그렇게 살아왔는데..
임신 후 아들일거 같냐 딸일거 같냐 그런 얘기 하다가, 아빠가 말씀하시더라고요. 무조건 집에 아들이 있어야한다고. 사돈이 사돈의 성을 가진 아들을 꼭 바라실거라고요. 그래서 애기가 아들이었으면 좋겠다더라고요.
전 여기서.. 그냥 마음이 무너져내렸어요. 그저 그냥 아들일 것 같다, 딸일 것 같다 도 아니고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는 말이.. 사실 흔하게 다른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말인 거 알아요. 그러나 제가 평생동안 부모님을 위해 살아왔는데(물론 그 과정에서 저를 버린 건 아니에요.. 저도 저의 전공과 삶을 택했고, 만족합니다. ) 이정도면 평균 이상은 해드린 것 같은데. 언제까지 내가 바라는걸 충족시켜 드려야하지? 싶더라고요.
쌓인게 많았나봐요.. 차별적은 편이었지만 학교준비물부터 옷까지.. 전 다 물려받았고 남동생은 새거였고요..(나이, 성별, 갈수록 소득 차이 물론 이해해요) 그래도 서러움 많은 둘째인데..
언니가 취직못하고 결혼 못한게 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어렸던 내가 왜 언니 대신 그런 일을 당해야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까지 부모님께 만족을 드려야하는건지.
마음이 뜹니다.. 부모님께 키워주셔서 감사하고 부모님 은혜 하늘같지만, 더이상 예전처럼 잘해드리고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이 사라집니다.. 그 외에는 그래도 저희 부족함 없이 살게해주시고 원없이 공부하게 해주셨는데 섭섭한 마음이 가시질 않아요. 제 마음이 이제 바닥을 내리친 것 같아요. 아들얘기 이후로 매일마다 우울하고,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어찌할지 모르겠는데 저는 어쩌면 좋을까요.. 마음같아선 성별이 나와도 말씀 드리고 싶지도 않네요..
여기 엄마가 자주 보는 곳인데 엄마나이또래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용기내 글을 올려봅니다.. 혹시 제가 부모님 은혜도 모르고 별거아닌 걸로 서운해하고 있단 생각이 드시면 혼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