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들 둘 엄마의 세 남자와 노는 법


아들 둘에 남편까지 남자들 셋과 살아온 여자예요 (지금 아들 둘은 직장인으로 독립해 나가 살아요) 
국민학교 때도 (네 50중반 아줌마예요) 여자아이들보다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축구하고 이 동네 저 동네 쏘다니고 시골인 친가 외가를 놀러가도 동네 남자아이들 몰고 다니며 놀았는데 결혼해서도 남자들 사이에서 살고 있네요 ^^
어쩌다 저를 여자로 본 남편을 만나 3대째 딸이 없는 시댁에 손’녀‘를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해 하며 연달아 아들을 낳았고 동서네가 딸 낳기를 기대했는데 역시 아들.. (시가 유전자가 강력한듯) 




첫째 아들
큰아이는 외모는 아빠 판박인데 성격, 성향은 저를 더 많이 닮았어요 
어디 해외에 나가 잃어버려도 아빠 사진으로 아이를 찾을 수 있을거라는 농담을 할 정도예요 ㅎㅎ
그런데 꼼짝하는거 운동하는거 싫어하고 어디가면 잠자리 화장실은 어느 수준 이상이 아니면 묵지 않는, 제대로 갖춘 식당 아니면 안가는, 가던 길만 다니는 안전빵 주의자인 아빠와 달리 운동 좋아하고 바위에 텐트 치고도 잘 자고 푸세식 화장실도 개의치 않고 궁금한 건 찾아봐야 하고 가고싶은 곳은 제 발로 밟아봐야 하는 저를 닮은 첫째는 저랑 잘 놀아요 
아빠는 그저 심적 물적 지원을 해주고, 고기랑 안친한 저 대신 고기 구워먹는 파트너의 역할을 충실히 할뿐 
그래서 어릴 적에도 제가 들쳐업고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고 도토리 줍고 다니고 땅파고 다니고 ㅎㅎ 계곡 찾아다니고 하루 종일 걸으며 여기저기 구경하고 놀았는데 다 커서 직장인이 된 큰 아들과 얼마전 해외여행을 하면서 또다른 나와 여행을 다니는 기분이었어요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 하고 따로 사는 아들과 둘이 여행을 했는데 남편과 달리 숙소나 먹거리 신경쓰지 않고 발길 닿는대로 다니고, 편한 교통수단이 없더라도 땀 뻘뻘 흘리며 한참 걷더라도 걷다가 멋진 곳을 발견하면 감탄하고 감상을 나눌 수 있는 여행 파트너, 에어컨 바람 나오는 푹신한 자리를 찾아다니는 남편과 달리 탐색해보고 싶은 곳을 찾아다니며 자연을 즐기는 파트너, 처음보는 음식 처음 해보는 경험에 주저함없이 발담그는 파트너, 배만 타면 멀미하고 드러눕는 남편과 달리 신나게 낚시배든 모터보트든 타고 같이 환호성 지르고 낚시도 할 수 있는 파트너, 운동에 관심 많아서 근력운동 기구와 요즘 어느 근육을 키우고 있냐는 식의 잡담도 하는 파트너^^ 
쿵짝이 잘맞는 사람과 여행을 다니니 즐거웠어요 


둘째 아들
한 부모, 한 배에서 낳았는데 어찌 그리 다른지…
이 아이는 생긴건 저랑 판박인데 성격이나 성향은 큰애에게 대물림되지 않은 저의 부분과 아빠의 일부, 양쪽 조부모의 유전자가 일부 섞였어요 
그래서 아빠와 저 두 사람이 있으면 이 아이를 주로 상대하고 놀아주는건 제가 됩니다 
아이 어릴 때 어린이집이 재미없어서 안 간다는 소리에 바로 그만두고 제가 데리고 놀았어요 
그림 좋아하는 아이라 집에서 그림도 그리고 만들기도 하고, 감수성 넘치는 아이라 밖에 나가 하늘의 흘러가는 구름 보며, 시냇물에 떠노는 오리보며, 단풍든 나뭇잎 주으며, 인테리어 소품집, 미술관 다니며 이게 이쁘네 저게 이쁘네 이러고 다녔죠 
책도 잡으면 옆에서 지진이 나도 모르는 아이라 도서관에서 책빌려오는 것도 하루 일과 중 하나고요 
직장인이 된 지금 아이 사는 곳에 놀러가서 둘이 여행을 다녔는데 큰 아이와 참 많이 다른 여행이었어요 
에너지 덩어리인 큰 아이와는 달리 차분하고 꼼꼼하고 문학적 예술적 감성이 넘치는 아이라서 미술관 찾아다니고, 예쁘게 꾸며진 정원, 석양이 아름다운 바닷가, 콜라보 디자인 제품들 파는 샵들 구경하고 쇼핑하고 카페 앉아서 커피 마시며 책 읽고…
4-5시간 돌아다니면 충분하다싶어 숙소로 돌아와서는 침대에 기대어 하루 일 글로 정리하고는 서로 추천해준 책 읽거나 영화보고 감상 얘기하고, 돌아다니다 우연히 보고 넘 예뻐서 사온 운동화랑 작은 조각품 다시 꺼내보고 이쁘다 어울린다 수다 떨고.. ㅎㅎ
이런 모습들 또한 저의 일부라서 둘째와 어울리는 것은 첫째와는 다르게 색다른 재미가 있어요 


남편
에너지와 호기심, 변화, 모험을 즐기는 저와 달리 안전, 안정, 안락, 평화를 추구하는 순둥이 모범생이예요
그러다보니 결혼 초 갈등도 많았지만 지금은 타협을 보고 잘 놀러다니고 잘 살아요^^
기차타고 어딜 가면 가는 동안 저는 풍경도 감상하고 책도 읽고 사진도 찍고 음악도 듣지만 남편은 그냥 자요 ㅎㅎ (가서 저 따라 다니려면 에너지를 아껴둬야 한다며)
목적지 도착하면 큼직한거 한두개 같이 볼 것 보고 남편은 입구 카페에서 맛있는거 먹으며 시간 보내라고 하고 저 혼자 돌아다니다 다시 만나요
산이 있으면 저 혼자 올라갔다 오고 자전거 빌려서 혼자 타고 오고 바다를 가도 남편은 바닷가 카페에서 지켜보고 저만 바다에 들어가 풍덩거리고 와요 ㅎㅎ
주말에 집에 있을 때도 취미생활로 만들기 좋아하는 남편에게 맘껏 만들라고 시간과 공간을 허락해 주고 저는 다른 일을 해요
다 만들고 완성품 들고 나오면 마구 칭찬해 주고 블로그에도 올리고 취미사이트에도 올리라고 부추겨요 
그러다 피곤해 하면 자라고 토닥여주고 저는 밖에 나가 숲에 가서 걷고 오거나 자전거 타고 옵니다 
그리고 돌아오면 둘다 혼자놀기로 어느 정도 욕구해소가 된터라 좋아하는 영화나 음악 틀고 붙어 앉아서 같이 보고 들으면서 수다떨어요 
성격상 걱정도 많고 스트레스도 잘 받는데 그 어떤 문제도 맛있는 음식과 맛사지 두가지면 깔끔히 해결된다는 걸 안 뒤로 저는 그것들을 적재적소에 잘 이용해요
남편을 기분좋게 해주면 저의 운신의 폭도 그만큼 늘어나니 ^^




결혼생활 30년이 넘어가니 이제 가족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 다루는? 요령도 많이 생겼어요 
뒤돌아보면 아이들은 태어나서부터 쭉 제 손으로 키우기도 했고 저의 일부가 녹아있는 존재들이라 이해하고 놀아주기가 쉬웠는데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한다던 남편과 노는 건 쉽지 않았어요 
감정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사랑이라는 것과 남남으로 살던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건 또다른 문제라는 걸 여러번 경험했죠
지난 시간 자잘한 충돌과 반성, 오해와 성숙, 가벼운 원망과 깊어진 감사를 반복하며 이제는 4명의 성인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고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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