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기념일을 아예 기억도 못 하고 넘어가길래
이런거 둔감한 사람이구나 싶어 그냥 넘어갔고
작년 두번째 기념일도 잊고 있는거 같길래
제가 명품 지갑 깜짝 선물 해줬어요.
남자만 여자 기념일 선물 챙기라는 법 있냐며.
내가 챙겼으니 되었다며 좋게 넘어갔어요.
올해도 잊고 있는것 같길래 그래도 몰래
호텔 뷔페 예약해놨어요.
시간 넉넉하게 7시로 예약해두고 퇴근해서 돌아오면
나가서 밥이나 먹자고 하려구요
물론 계산은 제가 합니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 저녁 약속 생겨서
밥 먹고 들어간다고 전화가 왔더라구요
거기다 대고 오늘이 무슨 날인줄 아냐
약속 취소하고 들어와서 나랑 밥 먹으러 가자고
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상대의 존재가 고맙고 소중해서 챙기는걸 원한거지
결혼기념일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에게
나한테 시간 할애하라고 요구하는게
무슨 의미인가 싶고 흔한 바가지 같아서요.
좀 전에 들어왔길래 아무말 않고
오늘 호텔 예약 취소내역 보여줬어요.
뭐냐고 묻길래 오늘이 결혼기념일이였다고 하니
대뜸 첫마디가 "그래서 뾰루퉁해있었구만" 하는거예요.
제가 거기서 빡 돌았어요.
신나게 생글거리며 얘기하진 않았겠지만
그때까진 이번에도 이러는건 좀 너무한거 아닌가
뭐 그래도 이미 지난거니 할 수 없지.
덤덤히 체념하고 있었는데 결혼기념일 안 챙겨줬다고
심통이나 부리는 여편네 취급은 참을 수가 없었어요.
아...또 까먹었네. 한두번도 아니고 이거 미안해서 어떡하냐.
우리 그 호텔은 내일 가자.
이렇게만 나왔으면 아무 일 없을 상황이였는데
왜 사과를 안 하냐고 했더니 왜 자기에게 언질을 주지 않았냐며
화를 내더라구요.
난 강요하거나 요구해서 챙기는건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사랑으로 준비해야하는걸
왜 나에게 전가하느냐 물었지만 다 소용없어요.
이 사람의 패턴이예요.
자신의.잘못으로 갈등 상황이 만들어졌을때
기를 쓰고 상대방 비난하고 탓하며
자기는 잘못 없다고 우기는거.
이런 성향 때문에 올 초부터 오지게 비싼 부부상담도
다녔는데 역시 사람 안 변하네요.
난 이번 주말 어버이날 식사예약 2주전에 해놨고
시조카 어린이날 선물 한보따리 챙겨 포장까지 해놨는데
그냥 시댁 식구들 보고 싶지도 않아져요.
남편에게 이런 대접 받으며 누가 시댁 식구
극진히 챙기고 싶겠어요.
소일거리 챙겨 집 나와 차에 앉아 있는데
갈 곳이 24시간 하는 맥도날드 뿐이네요.
남편에게 축하받고 서로 감사를 주고 받을 결혼생활은 아니지만
남편이 대오각성하고 다시 노력한다고 해서
서로 힘들게 노력하는 중이라
같이 힘든 시간 헤쳐나가는 동지에게 맛있는 밥 한끼
사주고 싶었던것 뿐인데 그마저도 안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