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침손님

아침을 먹고 있는데 마당 개가 요란하게 짖어 나가보았어요. 나가보니 마을 어르신이시네요. 전원주택 단지인데 (조성된지 20년 가까운) 초창기부터 혼자 살고 계신 할머니세요. 저희도 이곳으로 온지 십여년 넘었구요. 몇년전까지도 어깨는 좀 굽으셨지만 혼자 씩씩하게 4~5km떨어진 읍내도 다니시고 어쩌다 뵈면 목소리가 얼마나 카랑카랑하신지 저 어르신 혼자계셔도 잘 사시겠다.. 싶었는데 코로나 전후로는 보이시지 않으셨어요. 들리는 얘기로 건강이 안좋아지셔서 고향인 제주도로 가셨다고..할머니 사시는 집에는 주말에 종종 다녀갔던 아들내외분들이 거주 하셨구요.

그러다 작년에 짜잔~ 다시 컴백하셨어요. 예의 바쁜 그 종종 걸음으로 지팡이 짚으시며 읍내며 마을 길을 다니시더라구요.

저는 이사온 초기에 뵙고 인사 몇번 했던게다라 아~회복하고 오셨구나..저 연세에 대단하시다.. 정도로만 생각했죠.

그런데 오전 8시 조금 넘은 시간에
그 어르신께서 저희 마당으로 들어오시는거에요. 나가보니 손에 노란 통 두개를 들고 계시네요..

저's 어르신 왠일이세요?
할머님's아이고~사모님~ 나 이것좀 열어줘요! 하시며 손에 쥔 통을 보여주시는데
그 물건은 82쿡에서 많이 언급됐던 건조한 발뒤꿈치에 만능템이었던 '고은손 크림 노란통' 이었어요!
아니~ 이걸 내가 꼭 발라야하는데 아무리 해도 안열려요. 해서 보았더니 투명 비닐로 랲핑이 되어있네요.

열어 드렸더니 글쎄 할머니가 우세요 ㅠ
그리고 저에게 지팡이 한손에 들고 허리를 굽히시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시는거에요.
할머님' s 아니~내가 이걸 못 열어서 얼마나 속이 타는지... 고마워요~사모님~
저' s 아니~ 어르신~ 무슨 사모님이에요. 예전에 뵈었었는데 기억안나세요?

할머님 's 그런가?
저' s 네~ 저희 애들 아빠도 보고요.
편찮으셔서 제주도 가셨다고 들었는데
이제 회복하셨나봐요.
할머님's 응! 이제 괜찮아요. 제주도가 이제 여기보다 공기도 안좋아( 여긴 경기 남부)
아이고~ 내가 4.3때 제주도 떠나서 서울 돈암동으로 갔다가 여기 만들어질때 왔지. 울 아버지가 나보고 늘' 뭐 하나만 달고 나왔으면 박정희보다 훨씬 낫다고 했는데 이제 이렇게 늙어서...

4.3,박정희 나오니 아이쿠! 말씀 길어지실것 같아 인사 마무리 하고 들어왔는데
아.. 노년의 슬픔이 ㅠ
약간 웃품..

여러 단상이 떠올려지는 아침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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