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시어머니께 답답해서 말해버렸어요.

별건 아니구요.

저희 시어머니는 정말 걱정을 하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에요. 아마 정신과 검진하면 우울증 있으실 거구요. 좋은 일이 있어도 와~~~ 하면서 좋아하지 못하시고 그래도 혹시라도 뭐 뭐뭐 하면 어떻게 라면서 꼭 끝에 초치는 말씀하세요. 근데 20년쯤 제가 관찰해보면 집에 있을 때 주로 그러신 것 같고 밖에 나오면 날라다니십니다.
근데 요즘 체력이 안 되시니 집에만 주로 있어서 더 힘드신 것 같아요. 어디 여행을 모시고 가거나 놀러가면 정말 한 걸음 걸어가실 때마다 춤추면서 다니시거든요.

연세가 80대 후반으로 가시면서 옛날 만큼 활동도 많이 못하시고하니 집에서 앉아서 하시는 게 걱정밖에 없어요. 뭐 예를 들어서 고속도로에서 몇 중 추돌사고 나면 보자마자 바로 전화해서 운전 많이 해서 다니는 저희들 걱정이 돼서 속이 답답하다고 말씀 하실 정도니까요.
뭐 그럴 수 있죠. 가만 있다가 상상의 나래가 펼쳐질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저는 그냥 네 알겠어요. 운전 조심해서 할게요. 요즘엔 옛날만큼 차 많이 안써요 하는 식으로 적당히 때웁니다.
그럼 그래 알았다 하면서 엄청 안심하세요. 그러니까 본인은 정서적으로 너무 불안해서 며느리한테 전화해서 그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고 싶어 하실 때가 많은편이에요.
경도인지장애가 있으셔서 아직까지 치매는 아니지만
약도 드시는데 내가 치매가 되면 어쩌나 이런 류의 걱정도 엄청 많이 하시고.. 암튼..

어저께 저녁에 전화를 하셔서 시험 중인 저희 중고등학생들 공부하느라 힘들어서 어떻게 하냐고 내가 정말 신경이 쓰여서 정말 죽겠다고.. 조길 참다가 전화 한통 한다고 말씀하신 거예요. 그래서 다 잘 지내고 있고 밥도 잘 먹고 고기도 구워먹이고 걱정하실 일이 없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안심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제가 진짜 진심으로 어제는 정말 너무 이해가 안 가서
무슨 사고의 위험에 처한 것도 아니고
집에 식구들 종일 들어앉아서 밥해먹고 공부하고 학원가고 하는 그냥 일상인 건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신경 쓰여 죽을만큼 힘드시는지 어머니 그건 걱정은 하지 마세요.... 라고 조용히 읖조렸어요. 진심이 나온 거 같어요.
그랬더니 저희 시어머님이 진짜 허허허 웃으시면서 너무너무 민망하신지? 그래 그래 알았다 그래 알았다 하면서 너희들 잘 지내면 됐다 하면서 좀 황급하게 전화를 끊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무튼 말해 놓고 나니 아까 후회가 되기도 하고 그냥 진짜 제가 할려고 했던 말은 아니고 입에서 나간 거라 뭐 어찌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82에 한 번 털어 놓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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