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무도 간병안한대도 서운하지 않다

어제 공휴일이지만 예약은 안 되고 와서 기다리면 진료가 된다는 얘기를 듣고 척추 협착증으로 다시 허리가 아프시다는 90이신 아버지를 모시고 남편이 통증클리닉 가서 아침 8시부터 대기하다 주사를 맞고 저희집으로 오셨어요.

남편이 병원 가있는 동안 저는 오시면 누워 계실 수 있게 이부자리 펴놓고 오시면 드실 수 있는 음식들을 준비하고 일주일간 드실수 있게 밑반찬을 준비하고 식혀서 반찬통에 담고 라벨지를 해서 한눈에 알아보시고 드시기 쉽게 붙여놓고 드리면 안받으실것 같아 아버지 봉투해서 넣어 싸놓고 그렇게 아침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요리를 한거 같아요.

친정아버지가 오셔서 주사를 맞으셔서 2시간쯤 주무시고 일어나 식사를 하시고 정말 잘 먹었다며 고맙고 너무 애썼다. 다음부턴 이렇게 까지 차릴 필요없다고 하시면서 제 손에 봉투를 쥐어주시며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나이들어 살수록 아버지는 이런마음으로 산다.

죽는 날까지 내 발로 걷고 움직이며 하루하루를 웃으며 살자. 내 몸이 아프거나 거동이 불편해져 자식이 소홀하거나 간병을 안하게 되더라도 절대 서운해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산다. 항상 아빠가 너한테 미안하고 고맙다. 난 이만하면 행복하고 잘 살아온 인생이고 어떻게 되든 난 너만 괜찮으면 다 괜찮다. 그러니 오늘 죽어도 괜찮은 내 걱정 말고 니 인생 살아라." 라며 제 손을 꼭 잡아주셨어요.

벌려놓은 설거지를 하느라 남편이 친정아버지 모셔다 드리러 가서 안오길래 전화했더니 아버지 옷 빨래하고 김치냉장고 다 드러내고 치우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집에 돌아온 남편한테 "아버지가 당신 애썼다고 이거 전해주래"하고 아버지가 주신 봉투를 건내 줬더니 열어보지도 않고 다음주 어버이날이라고 친정아버지랑 밥 먹자고 하네요.

아침에 일어나서도 친정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목구멍에 가시처럼 걸려 저를 찌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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