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베네치아(베니스)는 두번 갔었는데, 그때마다 매우 실망했었어요.
낭만적일 줄 알았던 운하는 냄새나고 더러워보였고
곤돌라는 너무 비쌌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안탈 수 없어 탔는데
사공(노젓는 분)이 노래 한자락 안불러주고 예정된 시간 30분 조차 안채우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으니 그랬겠지만, 이거 뭐 사기당한 기분 ㅠㅠ
골목골목 사람이 너무 많아 어깨부딪치며 걸어가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
날씨는 덥고 짜증나는데 게다가 중국인들...하...난닝구(!) 바람으로 다니는 사람에다 배 내놓고 다니는 사람까지
게다가 얼마나 목소리들은 쩌렁쩌렁한지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요. 그런 사람들이 골목마다 넘쳐나고
배고파 식당 찾아들어가면 왜그렇게 비싼지,
거기다 호텔가격이 너무 비싸서, 역 주변 좀 적당한 가격에 묵었던 호텔은 기억하기 싫을 정도로 누추했고요...
그래서 누군가 베니스는 낭만의 도시다, 정말 아름답다...그런 말 할때마다
속으로 개뿔...하고 말았는데
지난달 50 넘어, 우연한 기회로 그곳에 다시 갔어요.
세상에...베니스는 정말 세상 최고 낭만적인 도시, 아름다운 도시, 황홀한 도시가 맞더라구요.
1. 날씨가 환상이었어요.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따스한 햇살, 여기저기 꽃망울을 터뜨린 나무들의 연초록 싱그러움.
2. 관광객이 별로 없었어요. 중국단체관광객 한명도 없었고, 손잡고 걷는 노부부, 다정한 연인들이 대부분, 가족단위 여행객조차 별로 없는 (다들 학교를 열심히 다녀야하는지), 부활절 연휴를 앞둔 한가한 시기였나 봐요.
3. 호텔을 좋은데 묵었어요. 1박에 400유로 쯤하는 작은 부띠끄 호텔이었는데, 산마르코광장이랑은 좀 떨어진 주택가였어요. 조그만 광장 한편 호텔에, 맞은편엔 coop이 있고, 광장엔 오후가 되니 동네어르신들이 나와 햇빛을 쬐이며 앉아있고, 학교 다녀온 아이들이 공을 차며 놀아요. 황홀한 노을을 바라보며 돌아오는 길 와인한병을 사들고 호텔 중정에 앉아 한잔씩 음미하는데, 그만놀고 들어와 밥먹으라고 엄마들이 와서 아이들 손을 잡고 들어갑니다.
4.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몇호실에 묵냐고 묻더니 귀고리 한짝이 침대밑에 떨어져있었다며 tv옆에 놓았으니 기억하라고 합니다. 고맙다고, 여기 사시냐...스몰톡하다가 가까이 맛집 추천좀 해달라 했더니 사촌이 하는 레스토랑이라며 가르쳐줘요.
냅킨에다 볼펜으로 그려준 약도를 가지고 (돋보기가 없어 구글맵 보시기 힘드시다고) 찾아가요.
간판조차 없어요. 그런데 안에는 빈자리가 없이 사람들로 가득차있어요.
한눈에 봐도 동네사람들이예요.
주인장이 보더니 자리를 만들어줘요. 추천해주는 메뉴를 먹어보니 오오, 이것은 천상의 맛.
엄지척을 연신 했더니 아내가 만든 리몬첼로라며 한잔 따라 줍니다.
5. 곤돌라를 탔어요. 계속 호객하는 아저씨들을 지나다 젊은 총각이 웃는게 이쁘길래 (그 시점에서 남편이 자기랑 닮았다는 망언을 함) 그 총각 배를 탔는데
얼굴이 빨개져가며 열심히 노래도 한자락 불러주더니
축구천재 쏜 칭찬을 10분을 열과성을다해 쏟아내서 얼마나 웃었나 몰라요.
사진을 백장은 찍은거 같은데 그중 인생샷도 몇장 건졌어요.
베니스는 정말 아름답고
낭만적이고
최고의 여행지가 맞더군요.
한여름 베니스는 정말 아닙니다.
누군가 그곳에 가시려거든 3월말에 가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