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았을땐 평생 장농면허인 여동생 때문에
늘 운전을 해줘야 했어요.
마트, 코스트코나 이케아 다녀오는 것도 늘 제가 가야하고
부모님 산소는 물론 자기 일 보러 지방에 갈 때도
기차나 대중교통 이용하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
데려다 줘야 했어요.
왜 운전을 안 하냐고 하니 급발진포비아가 있다네요.
시동만 걸면 차가 튀어나갈까봐 무서워서 못 한다고.
경기도로 이사오고 나니 30~50대 모임을 하는데
대중교통이 서울에 비해 비교도 안되게 불편한 동네라
라이드 해줘야 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일주일에 한번 모이는데 혼자 알아서 운전해서 오는 분들은
4명이고 나머지 3명은 제가 인근 동네로 매번 데리러 갔다
데리고 와야 합니다.
그중 한명이 저와 오랫동안 너무 친한 지인이라
가기는 하는데 차로 편도 30분 거리인데
매번 다 큰 어른들을 데리러 가야한다는게 조금은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노인네들도 아니고 이제 막 40대인데
왜 운전을 안 하려고 할까 이해가 안 되어서
한번은 왜 면허를 안 따냐고 물어봤어요.
충격적으로 3명 모두 면허가 있었고 심지어 2명은
차도 있더라구요.
대중교통이 거의 없는 동네라 집마다 차가 2대인
경우가 많은데 그분들도 다 자기 차가 있대요.
아니 그럼 알아서들 오지 왜 말을 안 했냐고
농담식으로 버럭하며 물어보니
자기네 동네 안에서밖에 운전을 못 한대요.
그 동네에서 저희 동네 오는데 자동차 전용 도로도 있고
터널도 많은데 무서워서 운전 못 하겠다고;;;
게다가 주차는 더더욱 무서워서 왠만하면 차를 안 갖고
다닌다는데 할 말이 없었어요.
그나마 경우 없는 사람들은 아니어서 늘 소소한거나
뭔가를 챙겨주는 식으로 인사를 하곤 합니다만
전 모임 시간 맞추려면 아침 일찍 한시간 먼저 나가야 하고
모임 끝나고 피곤한데 또 한 시간을 다녀오는게
이젠 너무 부담스러워요.
그분들에게 말은 안 했지만 톨비며 주유비도 은근
나오더라구요.
게다가 제 차가 고급유를 넣어서 제 주유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이 라이드가
이젠 많이 부담스러워요.
그런데 제가 만든 모임인데 2년 넘게 잡음 없이
각자 실력들도 엄청 늘어서 다들 모임에 너무 진심이거든요.
제가 라이드를 안 가면 강제로 모임에 참여 못 할 상황이니
차마 말을 못 꺼내고 있어요.
어려서 일찍 운전을 시작한 관계로 늘 누군가들 태워주거나
내가 운전해서 그똑으로 민나러 가거나 했어요.
운전 못 하는 분들은 그런 관계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못 하고 너는 할 수 있으니 네가 하는게 맞다...
뭐 이런 식의 사고방식이랄까요.
사람 성향에 따라 고맙다는 인사를 제대로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게 왜 고마운건데? 라며 아예 인식도 못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내가 어떤 부분에 있어서 무능한 관계로
남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는거 조금만 더 인식하고
어떡해서라도 노력한다면 참 좋을텐데
사람 마음이 다 저 같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