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재 문명특급 윤여정 인터뷰를 봤는데
윤여정이 어릴때부터 글을 참 잘 썼네요.
국민학교때 백일장에서 특선을 받았는데
특선을 받았다는 자료는 있는데 썼던 글을 못찾아서
꼭 찾고싶다고 했는데 제작진에서 찾았어요!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뉴스라이브러리에 있더라고요.
링크로 걸까 하다가 제가 직접 타이핑 해요.
우리집 부엌
- 서울동신국민학교 제六학년 윤여정
우리집은 부엌이 없읍니다
'부엌이 없다니 참 이상한 집도 있다 부엌 없는 집이 있을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셋방을 들었으니까요
어머니께서는 참 불편하실 것입니다
조그만 쪽마루에다 밥을 퍼서 놓고
무우를 써실때나 파를 써실때에도 쪽마루에다 놓고 써십니다
그러니까 우리집 쪽마루는 다른집 부뚜막과 같은 일을 합니다
그런때면 우리 형제들은 방속에서 징역살이를 해야 합니다
심심하다 못해 베개를 가지고 포탄놀이를 합니다
'야 큰언니 맞았다''또 작은언니 맞고 이겼지' 하고
동생들이 나한테 달라붙어 또하자고 합니다
나는 '그래 어디 해보자'하고 또 포탄놀이를 시작합니다
동생들이 베개를 가지고 나한테 던지다가 퍽 소리와 함께
문창호지를 찢고 어머니께서 썰어 놓으신 무우 속으로 떨어졌읍니다
어머니께서는 '이걸 어쩐담? 또 다시 무우를 씻어야 해'하시며
무우 넣었던 그릇을 들고 수도 앞에 가서 씻으시며
'어쩌자고 공부는 안하고 동생들과 같이 장난만 하는지 모르겠어' 하시며
무우를 다시 씻어서 깍두기를 담그시고 방으로 들어오시더니
'이탓저탓 할 것 없이 집 없는 설움이지만 그래도 큰것은 좀 나아야지
큰것이나 작은것이나 똑같으니 어쩌면 좋단 말이냐'하시며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해지십니다
나와 동생들은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머리를 숙이고 있었읍니다
나는 그럴때마다 '우리도 집이 있으면...'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떤때에는 우리 가짜 부엌도 좋은 때가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밥을 퍼 놓으시면 우리들은
'어머니꺼 언니꺼 내꺼' 하며 상위에 옮겨놓읍니다
다른집 같으면 어머니께서 쟁반에다 들고 방으로 들어다 놓아야할 것을
우리는 꼬마 동생도 밥이나 반찬을 옮겨 놓을수 있읍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내가 어서 커서 우리도 남과 같은 집을 마련하고
쪽마루에서 하던 살림살이를 부엌에서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