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치매 시모까지 수발해가면서 동동거리며 어찌어찌 우리 남매 키웠지만 마음 약한 남동생은 중학교때부터 문제 일으켜서 가출에 전학에 난리도 아니었구요. 저는 학교에 빚쟁이들도 찾아오고 등등 힘든 일 많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대학 들어가서 그 이후로는 과외선생으로 잘 풀리고 졸업 후 좋은 직장에서 자리잡고 혼자 힘으로 유학까지 다녀와서 지금은 탄탄하게 살고 있어요.
아비라는 작자는 늘 사고치면 도망가기 바빴고 몇년씩 잠적하는 일도 많았는데 제가 유학간 사이에 제가 저축해서 마련한 전세 아파트에 은근슬쩍 들어오더군요. 힘들게 같이 살아온 엄마를 사랑했지만 대체 왜 저런 인간하고 이혼을 안하는 건지 게다가 뻔뻔하게 어딜 들어오는건지 이해할 수 없어서 엄마랑 불같이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요.
그러다 너무 건강해서 이십년은 걱정 없을 것 같던 엄마가, 제가 사드린 아파트에 입주한지 이년도 채 안되어그야말로 급사하셨어요. 당시 외국 살던 저는 황망히 들어와서 임종을 지켰고 혹덩이같은 아비는 남동생하고 그 집에서 주욱 살게 되었죠. 제가 그 인간하고 연을 못 끊고 부양까지 하게된건 그래야 돌아가신 엄마 맘이 조금이라도 편할 것 같아서 였어요. 살고 있는 집도 제가 장만한거고 아파트 관리비, 생활비, 병원비 제가 다 댑니다.
그게 십년전인데 평생 담배를 그리 피워대던 아비는 폐가 안 좋아 9년전에도 죽을 고비를 넘기고 최고 병원 중환자실과 요양병원을 거쳐 살아났어요. 엄마때는 손도 써볼수 없었는데 돈과 시간을 들이니 살아나더라구요. 그때도 제가 두달은 매일 아산 병원으로 출근하다시피 했고 요양병원도 매주 면회갔었죠. 폐병은 낫는게 아니라 외출도 거의 못하고 살지만 다 늙은 노인이 몸에 좋다는건 어찌나 챙겨대는지 제가 주는 생활비를 대부분 건강식품 사는데 쓰더라구요.
그러다 이번에 폐기능이 또 안 좋아져서 대학병원 입원해서 남동생이 한달 간병까지 했는데 임종 직전까지 갔다가 또 살아나서 요양병원으로 전원했네요. 콧줄 산소줄 소변줄 아마 주욱 하고 앞으로 침대에서 못 일어날텐데 본인은 삶에 대한 의지를 어찌나 활활 불태우는지. 80대 중반에 골골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그러고 싶을까요? 병원에서도 환자분이 건강에 신경 많이 쓰시네요라고 하고 뻑하면 동생한테 전화해서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결국 다 저한테 전달됩니다. 제가 돈줄이자 주요 의사 결정자니까요) 무슨 황제처럼 요구하구요.
면회가 1주일에 한번이라 오늘은 저 혼자 다녀왔는데 서로 할말도 없고 마음이 지옥이네요. 평생 고생은 엄마가 하셨는데 그 덕은 왜 엉뚱한 사람이 보는 걸까요. 병원비며 뒷바라지 결국은 제가 다 부담하면서도 맘 속으로는 벌써 몇번이나 돌아가시기를 바라고 나쁜 생각도 많이 하게 되는게 인생의 저주가 아니고 뭐란 말인지. 이러다 정말 울화병이라도 날 거 같아서 넉두리 좀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