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제 분야에서 탁월하다는 선배와 결혼했어요. 학회에서 강연할 때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다른 건 1도 보지 않았고 철없는 나이에 청혼을 덜컥 받아들였어요. 나이 차이도 많고 모아 놓은 돈 같은 것도 없는 남자였지만 능력이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살아보니 능력이 있어도 성실함이 뒷받쳐 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더라고요. 화려한 직장에 스카웃 되어갔다가 재계약 못 하고 쫓겨나기를 반복. 이제는 나이도 많고 업계에 소문이 나서 아무도 써주지 않아요. 너무 창피하지만 제가 부서장으로 있는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근근히 일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것도 제 시간에 못 해내서 부서장인 제가 봐도 절대로 재계약 하고 싶지 않아요. 이 사람은 그렇게 살다 끝난다고 치고.
아이가 아빠를 닮을 까봐 너무 걱정이에요. 얘도 선생님들이랑 상담하면 아이가 똑똑하긴 한데 과제물을 제대로 챙긴다거나 제 시간에 뭘 해서 낸다거나 기본적인 수행에 못미친다고 하네요. 잔소리를 하려고 하면 애 스트레스 준다고 아빠가 못하게 하고. 얘도 아빠 닮아서 불성실하게 타고 난걸까요. 제가 이 구석 저 구석에서 꾸준히 가르치면 성실성이 생길까요. 선배님들 조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