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가출을 하더니 어디 변두리에서 술집 한다는 얘기가 들렸어요.
그때 중딩이었는데 왜그리 선명하게 머리에 그 얘기가 박히던지..
그 주점 이름이 'yesss'로 기억나요.
초등 중퇴의 엄마였고 바람나서 집나간거였었어요.
사춘기 시절 딱 맞춰서 집나간 엄마 연락처를 어찌어찌 알아서
몇 달만에 통화를 했는데
젊은 여자가 받더군요.
엄마 바꿔달라고 했더니
'언니 딸인가봐'하며 바꿔주는데 공중전화 선 너머로
그 말하는 품새며, 전화바꿔주는 매너며..가
드라마에서 보던 술집 종업원 포스 그대로라고 느꼈어요.
전화받은 엄마, '가출해서 미안하다'까진 바라지 않았더라도
어찌나 짜증을 내면서 왜 전화했냐고 하는건 너무했죠...
술집하는 엄마도 수치스러운데 그 엄마가 나를 버리고 다시 문전박대..
도대체 나를 몇 번을 죽인거니
십여년 지나 다시 엄마와 연결이 되어서 만나게 되었는데
같이 동대문 시장을 갔는데 홀에서 애들? 입힐 옷을 사더라고요
일상에서 입은 사람 본적 없는 요상한 홀복들...
그리고 저녁때가 되자 엄마는 화장을 하고 드라이를 하고 출근을 합니다.
팔뚝에는,,흘려 듣기로 어떤 취객에게 물어 뜯겼다는 이빨 자국 흉터가 선명했어요.
참 험하게 사는구나...하며 그 장면이 상상되더라고요
지하의 지저분한 단란주점, 뿌연 실내 요란한 조명..
취객이 아가씨와 마담 상대로 패악을 부리다가 우리 엄마 팔뚝을 물어 뜯었겠죠.
생활력이 바퀴벌레급인? 엄마는 그래도 아랑곳없이 그 장사를 이어나갔고요
20대의 내가 '술장사 안하면 안되냐'고 하자,
'(내가 몸파는 것도 아닌데) 뭐가 어떠냐' 하는 말투로 들은척도 안하더군요.
그 당시 엄마에게 전화를 하면
새벽 음주가무+흡연?으로 지친 쉰 목을 애써 여성스럽게 내는 '여보세용?'이
얼마나 듣기가 싫었는지..내 깊은 수치심으로 각인되었어요.
참 신기한게, 나이가 들더니 술장사 고만하고 칼국수 집 했는데요
그때는 다시 그 코맹맹이 여보세용..이 없어지더라고요.
노년에는 비교적 건전하게 살았는데,
왜그리 건실한 척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나한테 막 애들한테 잘해라...이러구요.
엄마나 잘하지 그랬어..못해본게 한이에요.
그 엄마랑 얼마전 의절했어요.
의절하고 나니 다시 내가 버려진 그때의 나로 돌아간듯
울어지지 않던 울음이 처음으로 울어지더라고요.
'일타스캔들'의 해이가 친모에게 '뭐가 그리 당당해!' 하면서
울부짖고 소리치는데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그거 못해본게 한스럽네요. 막 머리라도 쥐어뜯고 나쁜 사람이라고 할걸.
헤어져서 다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