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초 성실하게 직장생활하는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인 이 남자.
50대 초에 사기업 다니니 자기도 회사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겠습니까. 가장 된 책임으로 그만두지도 못할거고 그냥 꾸역꾸역 열심히 돈 벌어 먹여 살리고 있는 이 사람.
둘의 합의 하에 저는 처음부터 전업이었고(왜 경제적 책임을 나눠지지 않니 라는 비난 나올까 미리 부연합니다)
그렇게 잘 살아왔다 생각했는데
최근 생각지도 못했던 자녀 문제가 생겼어요. (무슨 문젠진 말하지 않을게요)
저도 딱 머리 풀고 울고 싶은데, 이 남잘 보면 또 꾸역꾸역 참아집니다.
저까지 무너지면, 이 사람 정말 외롭겠구나 싶어서.
또 다른 형제는 아예 버리다시피 한 부모 봉양의 책임도(금전적 봉양은 오히려 작은 부분이고, 감정적 봉양의 문제) 홀로 책임지고 아내이자 며느리인 저에게 넘기지 않으려 애쓰는 것 제가 압니다. 홀로되신 시어머니 고집만 세고 의존성 강한 분인데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가며 참 너도 대단하다 싶게. 물론 그렇다고 제가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제가 할 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하지만, 이 사람 속내가 보여요. 방파제처럼, 홀로 제 엄마를 막아서서 어떻게든 마누라 안괴롭히고 혼자 감당하려 맘 먹는 그 마음가짐. 니 속도 참 말이 아니겠구나 싶은데…
자식문제가 불거지니 자식도 살피랴 그 자식의 에미인 저도 살피랴 애면글면.
가끔은 묻고 싶어요. 얘, 네 속은 어떠니, 너는 괜찮니?
네, 그래서 버텨져요. 엄마라서 버티는 게 아니라 아내라서 버티는 중입니다. 나까지 무너지면 너는 어쩌니, 부모도 형제도 비빌구석도 기댈데도 없는 네게 아내라도 있어야지 나라도 이 사람 비빌구석 되어줘야지 싶어 풀었던 머리 질끈 동이고 안울고 잘 버티는 중입니다. 이 힘으로라도 버틸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부부란게 이런건가 봅니다.
남편에게 말해 줬어요.
생색낼 일 아니지만, 나까지 우울하면 너는 어쩌니 싶어서 나 잘 버티고 견디는 중이라고 그러니 내 걱정까지 얹진 말라고.
남편은 그냥 피식 웃으며 니가 우울해한다고 내가 뭘…
모든 것은 다 지나가리니 우리 가정에 닥친 이 위기도 곱게 잘 지나길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