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코스트코 앞에 사는 분들 부러웠어요

코스트코 건물을 칭칭 감고 늘어선 주차줄도 지겨웠고
주차장에서 서로 먼저 비상등 켜고 기다렸다며
빽빽 소리지르는 사람들도 환장하게 싫었어요.

난 거대한 카트 끌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오늘 산 물건이 전부 차 트렁크에 안 들어갈까봐
휴지는 다음에 살까 고민하는데
딱 봐도 차 안 갖고 와서 우유 한 통, 체리 한 박스
계산하고 유유히 걸어나가는 사람들 보면
나만 탐욕에 쩔어 산더미 같이 물건 사제끼는 사람 같고
장 보느라 지칠대로 지친 몸 이끌고 또 콱콱 막히는
도로를 헤치고 운전해서 갈 생각에 너무 부러웠어요.
왠지 식탐 하나도 없는 사람들 같아 보였달까요 ㅋㅋ

하지만 정작 제가 살고 싶었던 곳은 걸어서 스타필드 갈 수
있는 아파트 ㅋㅋㅋㅋㅋ
남편에게 이번에 이사할 때 하남이고 고양이고 상관없으니
스타필드 제발 차 안 갖고 걸어갈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했어요.

스타필드 주차줄은 코스트코와는 또다른 힘듦이 있음 ㅋㅋ
또한 근처 살면서 스타필드가 저를 위해 엄선해서
쫙 뽑아다 준 맛집들 맨날 가서 저녁을 때우는 로망이 있었어요.

걱정말라고 이번엔 당신 소원대로 스타필드 앞으로
이사 간다고 큰소리 치던 남편이 어느날 뜬금없이
코스트코는 어떠냐고 ㅋㅋㅋㅋㅋㅋ
이번만 코스트코 앞에 살고 다음번엔 스타필드 앞 아파트
사서 들어가자는데 제가 현찰 수 억 던져줄 것도 아니고
걍 조용히 코스트코 앞 아파트로 이사왔어요 ㅜㅜ

거실창으로 코스트코가 내려다보여서
주차장 들어가느라 도로를 가득 메운 차들 보며
어머 오늘은 직원들이 나와서 교통정리까지 하는걸 보니
진짜 사람이 많네하며 여유 부리다 갑자기
탕종모카빵이 땡겨서 크록스 끌고 후딱 다녀온것까진 좋았어요.

그 집채만한 카트들 사이를 여유있게 누비며 딱 빵 한봉지만
사들고 나오는 여유를 만끽하다 깨달았어요.
난 어제도 와서 초밥과 맥주, 칼제비를 사갔고
(남편 차 타고 와서 가능했음) 그저께는 닭갈비와 연태고량주를
사갔으며 이사온지 4일째인데 매일 와서 신나게 먹을걸 사갔구나.

난 식탐없이 유유자적하게 사는 사람이 아니였........ㅜㅜㅜㅜ
매일 이 기세로 다니면 살림 거덜나기 딱 좋겠어요.
코스트코 앞에 살아도 이 지경인데
스타필드 앞집의 꿈은 버려야겠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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