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바빠서 낮에는 외갓집에 맡겼는데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이모까지 온가족 사랑을
넘치게 받고 자랐어요.
그런데 말은 못하는게 없으면서 걷기를 못했어요.
17개월 될때까지 할아버지가 유모차에 태워
동네 산책을 다니면 "이쪽으로", "저쪽으로" 지시를 하고 ㅋㅋ
동네 할머니들은 울아빠한테 다 큰 애를 왜 태우고 다니냐고 한마디씩 하셨고,
말귀 다 알아듣는 이녀석은 고개롤 외로 꼬고
못들은 척 했대요.
병원을 가야하나 고민하던 어느날,
저녁에 TV에서 '마이키이야기'라는 영화가 나오고 있었어요.
거기서 어린 마이키 동생이 첫걸음마를 시작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걸 본 녀석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걷기
시작하는 거에요.
저랑 남편은 너무 기뻐서 박수치고 난리를 쳤죠.
근데 웃긴게 얘가 비틀거리고 어정쩡한 것도 없이
마치 그동안 걸을 줄 아는데 숨겼던 것처럼
너무 제대로 걷는 거죠.
뿐만 아니라 거실을 두어바퀴걸어서 돌더니
아예 뛰어다니는 겁니다ㅋㅋㅋ
저희부부는 17개월만에 걸음마 성공했다며 풍악을 울리고
좋아했어요.
생각해보니 아이 성격이 어릴 때부터 드러난 것 같아요.
애가 완벽주의 기질이 있고 자기 기준에 확실하지 않으면
꼼짝도 않는 스타일이거든요.
어쨌든 너무 좋아서 부모가 광란의 깨춤을 췄던
그 밤이 떠올라 함 적어봤어요.
딸래미는 지금 대학 졸업사진 찍는다고 꽃단장 중이네요~~